5월의 여자 / 길But
그녀가 웃을 때마다
내 담장 위에는 꽃이 피어났다
여자의 웃음과 눈이 맞아 버려서
당장이라도 길가로
월담해 버릴 것 같은 꽃들이었다
그런 모습이 몇번쯤이었나,
셀 수 없을 만큼의 꽃송이들이었다
그녀가 웃으면
나는 그녀를 비추는 거울처럼
담장 위로 똑같이 웃어 주었다
그녀의 웃음은 때로
입꼬리가 올라간 칼날과도 같아서
그녀가 베고 간 내 담장 위에는
쉽게 지지않는 상처들이
노랗거나 붉은 모습으로 피어 있곤 했다
5월의 여자가 지나간
내 담장 위에서는 밤새 소리가 들렸다
재봉틀로 옷을 다루듯이 드르륵 드르륵
상처난 마음들을 수선하자
5월의 여자같은 6월의 여자, 그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