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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Mar 19. 2019

'비비안 마이어'처럼


'비비안 마이어'처럼 / 길버트



1.

꽃을 시샘하는 추운날 아침에 챙겨 넣는다

습격같은 추위를 향해 휘두를 목도리 하나,

펼치면 몇날 며칠 물처럼 흘러가는 이야기가 되었다가

덮으면 책 속으로 돌아가 제 몸을 눕히는 활자들처럼

목도리는 추위와 습격과 이야기들을

제 스스로 돌돌 말아 가방 속으로 들어갈 줄 안다


2.

키쓰 없이도 첫사랑일 수 있는 이의 옆 얼굴과

찍지 말라는 손사래가 담겼던 필름 한통으로

사랑없던 시간들을 견뎠던 내 어린 날들,

오랜시간 인화되지 않은 필름 자체로 남아

내 책꽂이에 정박해 있던 그 아름다움을

나는 책처럼 펼쳐 읽고 다시 덮고는 하였다


3.

한 여자가 나를 필름에 담았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있다

내 손은 승리의 V자와 찍지 말라는 동작의 중간을 취했고

나는 오래전 내 책꽂이에 있던 필름 한통을 생각해냈다

그녀에게도 펼치고 덮을 수 있는 책이 생겼으며

내가 그러했듯이 책꽂이에서 필름이 사라진 어느날

어른이 되어 있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4.

요즘은 많은 사진들이 인화되지 않고 간직된다

스마트폰이나 저장장치 속에서

사진은 심장박동이나 반딧불이처럼 반짝이고 있다가

펼치면 이야기가 흘러 나오는 상태로 존재한다

얼마전 SNS로 받은 사진 하나가

나에게 종일 흘러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비비안 마이어, 미국 사진작가



보모로 산 천재 포토그래퍼, 비비안 마이어의 놀라운 이야기40년간 보모와 가정부로 살다간 이름 없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목에 걸고 거리에 나가 사진을 찍었지만 현상할 형편이 못 되어 필름채로 보관하였다. 그러던 2007년 경매로 나온 필름박스를 단 돈 400달러에 사들인 '역사가'가 있었다. 사진을 현상한 그는 사진의 범상치 않은 예술성에 놀라 SNS에 올렸고 이 무명의 사진가에게 매료된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르기 시작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명세를 탄 그녀의 사진은 미국, 영국, 덴마트 등을 순회하며 대중을 사랑을 받고 있다. 바로 천재 포토그래퍼 비비안 마이어의 이야기다. 『비비안 마이어 나는 카메라다』는 그녀의 신비로운 삶을 역추적하며 작품세계를 조명한 사진집이다. 그녀의 사진은 빈부, 특권, 젠더, 인종, 정치, 죽음 등의 묵직한 주제들이 투영된 날선 사진들로 이 책은 가장 비비안 마이어다운 사진 235컷을 선별하여 담았다. 미국을 대표하는 큐레이터 마빈 하이퍼만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녀의 인생을 퍼즐 맞추듯 탐험하며 우리를 작품 세계로 안내한다.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사진찍기, 그녀가 보여준 작품세계는 보여주기식 이미지 문화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다



- 교보문고 책소개 옮겨옴




https://youtu.be/iXY-e3Mwdq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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