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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Nov 13. 2016

Kiss



어찌보면

나는 가해자 같고

너는 박해받고 있는 모습 같다


나는 나를

쏟아 넣어

너를 열려고 하고


너의 입이

알파벳 대문자 'E'모양을 한,

내 입에 덮힌다


나는 몸이

어둠처럼 검지만

독(毒)없는 흙빛 뱀


유난히 붉은 나의 혀가

부디

내 단심(丹心)의 증명이길,


사실, 신(神)이 우리 종족에게

내린 저주는

배로 기어 다녀야 하는 숙명이 아니었다


한번 입안에 들어온 것은

무엇이든 뱉지 못하고

삼키게 되어 있는 턱의 구조(構造),


많은 뱀들이 키쓰를 하다가

자신의 사랑을 뱃속에 삼키고

울어야 했던 밤 들이었다


나는 나의 턱이

활짝 열리지 않도록

애써 입을 동그랗게 만든다


어찌보면,

네가 가해자 같고

내가 박해받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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