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나는 가해자 같고
너는 박해받고 있는 모습 같다
나는 나를
쏟아 넣어
너를 열려고 하고
너의 입이
알파벳 대문자 'E'모양을 한,
내 입에 덮힌다
나는 몸이
어둠처럼 검지만
독(毒)없는 흙빛 뱀
유난히 붉은 나의 혀가
부디
내 단심(丹心)의 증명이길,
사실, 신(神)이 우리 종족에게
내린 저주는
배로 기어 다녀야 하는 숙명이 아니었다
한번 입안에 들어온 것은
무엇이든 뱉지 못하고
삼키게 되어 있는 턱의 구조(構造),
많은 뱀들이 키쓰를 하다가
자신의 사랑을 뱃속에 삼키고
울어야 했던 밤 들이었다
나는 나의 턱이
활짝 열리지 않도록
애써 입을 동그랗게 만든다
어찌보면,
네가 가해자 같고
내가 박해받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K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