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십일년 되나보다
대나무 주걱
이젠 못걸이 부분이 갈라지고
손잡이 뒷부분은 이미 오래전부터
검게 썩어가는 어두운 밤의 색깔
하얗고 날렵하고
가벼운 플라스틱 밥 주걱에 밀려서
가끔 프라이팬 위의 부침을 뒤집거나
뜨거운 카레를 저어 준다
밖에 내 놓으면 영락없이
주방용품 쓰레기 인데
몇번의 이사 속에서도
주방 선반에 당당히 살아 남아있다
간혹 나는 열정적인 상상에 빠지게 되는데
밖에 내 놓으면 영락없이 쓰레기 이지만
검게 변해버린 내 손잡이를 쥐고
요즘도 가끔
당신이 뜨거운 카레를
젓고 있는 게
아닐지
하는 상상을 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