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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Dec 07. 2016

주걱



올해로 십일년 되나보다

대나무 주걱

이젠 못걸이 부분이 갈라지고

손잡이 뒷부분은 이미 오래전부터

검게 썩어가는 어두운 밤의 색깔


하얗고 날렵하고

가벼운 플라스틱 밥 주걱에 밀려서

가끔 프라이팬 위의 부침을 뒤집거나

뜨거운 카레를 저어 준다


밖에 내 놓으면 영락없이

주방용품 쓰레기 인데

몇번의 이사 속에서도

주방 선반에 당당히 살아 남아있다


간혹 나는 열정적인 상상에 빠지게 되는데

밖에 내 놓으면 영락없이 쓰레기 이지만

검게 변해버린 내 손잡이를 쥐고

요즘도 가끔


당신이 뜨거운 카레를

젓고 있는 게

아닐지

하는 상상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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