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가 있는 공간 옆 창고
보자기에 싸여
유산(遺産)이 된 싱가 미싱이
들들들 돌아간다
미싱 아래 가죽 케이스에 넣어져 기댄
연습용 전자기타도
배개로 입을 막고 소리치듯
디스토션 된 음을 길게 뽑아내고 있다
발판 구름 없이도
분주하게 돌아가는 미싱과
몸을 통과하는 전류 없이도
소리를 내는 악기라니,
나의 투시능력에 이은
'노래하라' 주문의 초능력으로
창고 속 다른 사물들의
시장바닥같은 문의가 쇄도한다
나는 누가 나에게
당신을 '노래하라' 고 속삭이는 것인지
누가 내게 이 글을
쓰라고 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