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내게서
등을 돌리고
등을 돌린 채
옆으로 누워서
누운 채 알몸이 되어
절반의 등과
절반의 엉덩이와
절반의 허리를 보여준다
그녀의 허리 위로
담요같은 숲이
검게 올려져 있고
내가 바라보자
담요로 허리를 감추려는 듯
혹은
그녀의 더 깊은 곳으로
나를 이끌려고
담요를 걷어 내려는 듯
모호한 동작으로 멈춰 있다
눈 덮인 산처럼
하얗고 고요한
그녀는 지금
산 속에서
눈에 덮인 산 속에서
거대한 몸을
옆으로 눕혀 놓았다
한눈에 반해버린
내 탄성을
귀 없는
그녀가 듣고
기뻐하기를
눈 덮인
산이
벗고
누워있는
여인의 등만 같다
* 겨울산 풍경을 보고 난 후의 즉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