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의 바다
빚 속에 폭삭 주저앉을 듯하다
물고기 비늘모양의 기와 지붕을 하고
여름 빗 속에서
꼬리 지느러미 간신히 움직여
남(南)쪽으로 돌아 앉는다, 그 집
심수봉이 '남자는 배' 같다고
노래하던 카세트 플레이어 소리가
오징어잡이 배 불빛처럼
옆집에서 넘어와
신나게 집안을 들 쑤시던, 그 집
안락사(安樂寺) 담벼락에 그려진
눈(目)없는 용(龍)처럼
지혜로운 눈(目) 받지 못해
과거의
한순간에 갇혀 있다, 그 집
님자의 'ㅣ' 발음이
옆구리에서 발견한 눈(目)이자
아담의 옆구리에서 뽑아낸 갈비뼈,
'ㅏ' 발음은 남(他)처럼
가볍다, 그 집
낄낄대며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남(南)쪽으로 튀어'를 읽다가,
진짜 남(南)쪽을 향해
떠나고 싶었던, 그 집
* 화룡점정 [畵龍點睛] - 양(梁)나라의 장승요(張僧繇)가 금릉(金陵:南京)에 있는 안락사(安樂寺)에 용 두 마리를 그렸는데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상히 생각하여 그 까닭을 묻자 “눈동자를 그리면 용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용 한 마리에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그러자 갑자기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치며 용이 벽을 차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용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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