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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학 Aug 10. 2015

고양이 피규어 만들기(1)

우리 동네 흔한 토실냥이

안녕하세요~


저는 피규어(모형 인형)를 만드는 이성학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제가 그동안 만들었던 피규어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앞서 몇 점의 고양이 피규어들을 만들었으나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에 빠졌던 올해 초...


정말로 고양이 본연의 모습에 최대한 충실한 고양이 피규어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작업용 앞치마를 둘렀습니다.


언젠가 자료로 모아놨던 고양이 사진들을 뒤적였고...


사뿐사뿐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 이걸로 해보자!"


바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스컬피(피규어 원형 제작에 주로 쓰이는 점토)로 먼저 고양이의 얼굴을 빚어 봅니다.

동글동글한 얼굴, 짧은 주둥이, 역시 동그란 눈.

이리저리 살펴보며 가장 고양이다운 고양이의 얼굴을 만들어 봅니다. 





철근용 결속선으로 형태를 잡고 시바툴과 에폭시 퍼티를 차례로 붙여

심재를 만들어 나갑니다.

네, 바로 이런 포즈의 고양이 피규어가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





심재 위에 스컬피로 대충 살을 붙이고 대략적인 형태를 잡아갑니다.

복제를 염두에 두고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분할을 해놓은 상태에서 작업을 합니다.

머리와 몸통, 꼬리... 이렇게 3개의 파츠로 나뉩니다.


고양이 머리에는 귀를 붙여준 상태예요~ ^^





어느 정도 형태가 잡혔으니 세부적인 털묘사를 해볼게요.


먼저 얼굴!


귀 같은 경우 처음으로 귓바퀴도 표현을 했습니다.

귀 옆부분이 살짝 두 겹이더군요.

사진 속 털 방향을 참고하여 슥슥 묘사해 줍니다.

수염 구멍도 톡톡 만들어주고...

끝이 살짝 드러난 양 송곳니도 표현해 줍니다.


그동안 놓쳤던 고양이의 모습이 많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머리에 이어...

몸통과 꼬리도 세부적인 털 묘사를 해줍니다.


자, 조형은 끝났습니다.


오븐에 넣고 구워서 원형을 경화시키겠습니다.






꼬리는 제외하고 일단 머리를 몸통에 끼워 봤습니다.

이런 포즈입니다.





앞쪽에서 본 모습~ ^^


자, 원형 제작은 최종 완료가 되었으니 이제 복제를 해보겠습니다.




원형을 토대로, 실리콘으로 거푸집을 만든 뒤 

이 안에 실제 피규어의 재료가 되는 레진(처음에는 액상 상태)을 주입하여

이렇게 하얀 복제물을 뽑아냅니다.


이 부품들을 조립하고 접합선을 수정합니다.


말이 쉽지 참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 작업입니다...ㅋㅋ






총 두 세트를 복제하여 채색을 해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의 길고양이 중 한 녀석을 모델로 삼아

채색하기로 했습니다.

워낙 경계가 심해 사람만 보면 금세 도망치는지라 사진 한 장 찍어둔 게 없네요.


군데군데 치즈 무늬를 가진 친구예요~ ^^


에어브러시로 바탕의 하얀 털과 치즈 빛 털, 줄무늬를 표현해 줍니다.

에어브러시로 손볼 수 없는 곳은 붓도색으로 해결합니다.


자, 그럼 완성작 볼까요? 




호기심 어린 초롱초롱한 눈빛!  ^^

코에는 카레가..ㅋㅋ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한껏 치켜든 모습입니다.





동네 마실 나온 야옹이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이른바 '젤리'라고 불리는, 고양이 발바닥의 도톰한 피부 조직까지 묘사했습니다.

채색으로만 표현한 것이 아니고 조형이 된 상태에서 채색을 한 것이랍니다~ ^^

귀여운 분홍 젤리입니다!




살짝 모습을 드러낸 양쪽 송곳니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야옹씨!!





이렇게 하나의 작업이 마무리를 짓게 됩니다.


피규어를 만들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제가 피규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피규어가 저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이 친구들을 '도둑고양이'라고 불렀죠.

그랬던 것이 이제는 '길고양이'...


그리고 이들을 포함한 모든 고양이들에게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고

이들의 존재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됩니다.


또... 그저 귀엽다고 집에 있던 새끼 고양이들을 주구장창 만지작거렸던

철딱서니 없던 어린 시절의 저의 모습에 대해 깊이 반성하게 됩니다... ㅠ_ㅠ


피규어는 저를 변화시키고

그렇게 해서 변화된 저는 

다음엔 이전보다 나은 피규어를 선보일 수 있으리라 믿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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