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 별 일 없이 산다
가끔씩 생각나는 노래들이 있다.
오랜만에 들어도 ‘아. 맞아 내가 이 노래를 이래서 듣지’ 하는 노래들.
장기하.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가 그렇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위로하지 않는다.
고해성사를 한다. 훔쳐 들으면 실소가 나고 이상한 안도감이 든다.
분명 비극인 것 같은데 희극이다. 스튜핏인데 그뤠잇하다. 못생겼는데 잘생겼다. 뭐 그런 거.
보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 깊은 밤 전화번호부를 뒤지는 모습이 그렇고
날 보고 뭐라 그런 것도 아닌데 별일 없이 산다고 외쳐대는 모습이 그렇다.
‘별일 없이 산다’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한참을 웃었다.
아니 이렇게 대놓고 귀여울 것까지?
옥탑방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냅다 내지르려고 만든 노래 같았다.
감칠맛이 난다. 엄마가 끓인 것도 아닌데.
그의 짠내에서는 감칠맛이 난다.
노래가 끝나고 두 가지 생각이 남았다.
하나, 바라건대 그대. 시간이 지나도 이렇게 성숙한채로 내내 찌질해주길.
둘, 그래도 저 노래 속 인생보단 내가 좀 낫지 않나?
역시 비극인 것 같은데 희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