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 아이유>
그래, 넌 수수께끼.
그래, 나도 수수께끼.
아이유 노래를 좋아한다.
그녀의 영특함이 좋다.
그냥 좋다기보다는 어떤 지점이 맞닿은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다.
그럴 때 생기는 게 확실한 호감, 나아가 시너지라고 믿는 편.
아이유의 '스물셋'이라는 곡을 좋아한다.
정말 뜬금없이, 그 노래의 가사가 머릿 속에 팝업된다.
+ 난, 그래 확실히 지금이 좋아요
아냐, 아냐 사실은 때려 치고 싶어요
아 알겠어요 난 사랑이 하고 싶어
아니 돈이나 많이 벌래
맞혀봐
+ 난,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요
아니, 아니 물기 있는 여자가 될래요
아 정했어요 난 죽은 듯이 살래요
아냐, 다 뒤집어 볼래
맞혀봐
맞히고 싶다.
나는 서른셋이지만, 나도 맞히고 싶다.
스물셋이었던 아이유도 스물여덟이 됐다.
그녀는 아마도 조금은, 답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그녀의 행보는 거침이 없고, 세상은 그 거침없는 행보를 응원하니까.
같은 5년이 지났고,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최근에 머리카락을 잘랐다. 10년만에 단발 머리가 됐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까, 밤낮으로 마스크를 쓴다.
단발 머리인 내가 마스크까지 착용하고서 거울을 보면, 나도 내가 낯설다.
그렇게 낯선 모습을 하고 상암동에 간다.
10년이 넘게 뻔질나게 드나든 상암동이다.
피하고 싶은 얼굴들과 반가운 얼굴들이 혼재된 상암동 한복판을 걷는다.
굳이 인사하기 애매한, 나를 기억하려나 싶은 얕은 인연들이 거리를 지난다.
7년 전에 프로그램을 함께한 조연출1, 전화 통화는 수없이 했지만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연예인 매니저, 10명이 넘는 미팅 자리에서 본 마케팅 담당자, 촬영장에서나 한 번씩 인사했던 국장님.
서로 인사해봤자 씁쓸할 것 같은 인연들까지.
나는 그들을 알아보지만, 그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내 발걸음을 한결 경쾌하게 한다.
변태는 아니지만 이런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럴 때, '아 정했어요 난 죽은 듯이 살래요' 란 가사가 머리에서 팝업된다.
'아냐 다 뒤집어 볼래' 대목은 아무도 없는 새벽에 랜덤 재생되는 아이러니.
그러다 몸이나 뒤집고, 잠을 청하는 아이러니.
'뭐든 한 쪽을 골라
색안경 안에 비춰지는 거 뭐 이젠 익숙하거든'
색안경 안에 비춰지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뭐든 한 쪽을 고르고 싶지만 두 개 다 갖고 싶다.
조용하게 살면서, 세상도 뒤집고 싶다.
아이유와 같은 고민을 한다.
내 답안지를 언젠가 아이유의 답안지와 비교해보고 싶다.
내 마음을 가시화 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한가. 답을 찾기 위한 질문을 던져주어 고맙다.
매일 매일이 오늘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또 다른 오늘은 내일이라고 불리니까.
머릿 속에 지속적으로 팝업되는 것을 즐기면서, 오늘도 날개짓을 해본다.
내 오늘이, 바다가 무섭지 않은 나비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