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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개 Jul 19. 2023

글은 돌아오는 거야!

당근과 나와 글에 대하여

안 맞는다.



말이 돼? 당근의 그녀와 나는 내 발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한참을 말이 없다. 30분 걸려서 왔는데. 이게 나라냐!



3년간 피부같이 신었던 신발이 떨어졌다. 당장 신을 신발이 없어서 겨울 신발로 2주를 넘게 살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새롭게 3년을 함께 할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골랐는데! 모처럼 마음에 들어서 반갑게 달려갔는데! 조악하지만 누구한테 화풀이할 순 없잖아. 아주 조용히 분노한다.



터덜터덜 걷는다. 힘은 남아있지만 기운차게 걸을 만큼 기분이 좋지 않다. 이 기분으로 하루를 끝낼 수 없다. 이대로는 안 된다.



시발 비용, 온종일 뭣 같은 오늘을 이대로 마무리할 수 없는 이들의 몸부림. 오늘의 나, 시발 비용. 알고 싶지 않았다. 염병. 침을 뱉듯 숨을 토한다.



소주 두 병과 막걸리 두 병을 잘랑거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카레를 다 먹었단다. 안주 안 사 왔는데! 하루종일 되는 것도 없이 발버둥만 치는구나. 중얼거린다. 느릿하게 핸드폰을 꺼내보니 전에 신청했던 프로젝트 신청문자가 3개나 와있다. 이게 뭐더라. 기억에 없다. 이것도 전에 술 마시다가 신청한 게 분명하다.



프로젝트는 묻는다. 글쓰기란 무엇인가요? 하루에 서문이 길었다. 끝에 다 와서야 본론이니. 그러게요. 글쓰기는 뭘까요? 나는 모르겠습니다. 발버둥 쳤지만 수면으로 올라오지 못한 내 하루도, 적어 내린 기분도 뭔지 모르겠습니다. 글은 뭘까요? 거진 매일 쓰는데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뭘 써 내린 거죠?



프로젝트는 언젠가 글이 돌아온다고 했다. 뭔지 모르겠는 이것이 다시 돌아온단다. 안다. 이미 몇 번이고 마주했다. 사실을 안다고 딛고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거야? 묻는다. 뭔지 모르겠는 것이. 야, 시발 비용도 오늘을 더 나아지게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네가 포기하면 쟤는 뭐가 되냐? 정신 차려 짜샤. 짤이나 해 짠.



"어? 너 왜 안주 안 먹냐? 저기 김치찌개도 있고, 냉장고에 카레 있어. 영탁 막걸리야? 나도 좀 줘봐."



봐, 글이 돌아온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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