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나

인연이 닿는다면

by 무말랭이

다시 만나요. 또 만나요.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안다. 그래서 붙이는 말이 있다. 인연이라면 또 보겠죠. 그렇겠죠. 또 보면 좋고, 안 보면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어릴 적엔 평생 친구 하자는 약속을 했던 것 같다. 바로 내일 끊어질지도 모르는 인연인데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평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나 모르겠다.

앞으로도 함께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과 실제로 함께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돈과 성격을 모두 떠나도 어떤 사건이 한때 가장 소중했던 인연을 남보다도 못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같은 말을 고급지게 이야기하면 시절 인연이라는 단어가 있겠다. 인연이 차올라 만날 수도 있지만 연이 다 닳으면 멀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언젠가 같은 주제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친구는 내가 바람 같다고 했다. 내가 정말 바람 같다면 이런 다짐 따위도 안 했을 텐데. 대충 이런 맥락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연이 닳을 때까지만 보자. 그게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내일 이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걸로 충분한 걸로 하자.
유한함을 인정하고 나서 마음이 편해지는 아이러니. 무엇보다 간절했던 것이라 포기해버렸던 것 같다. 아니지. 지금도 자꾸만 포기해버리고는 한다.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자신 있는 건 아니고요. 나름대로 노력은 해볼까 합니다. 또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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