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감에서 빠져나오는 법도 나한테 맞는 게 있을거 아냐

내가 나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지겹겠지만 나한테는 생존의 영역이니까

by 무말랭이

나는 무언가 시작할 때 동기가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보통 불만과 반발심이었다.


'아니 다들 하는데 왜 나만 못해?' 만만해 보이니까 일단 시작했다. 시작하고 보니 막상 쉬운 게 하나도 없다. 공부도, 일도, 인간관계도 말이다. 칼럼 하나 읽고 내가 마치 뭐가 된냥 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라클 모닝은 마음먹자마자 늦잠 자서 지각했고, 러닝 크루는 한 달 열심히 하다가 몸이 아파서 포기했다. 영어는 문법을 이해도 못하고 사용도 못하고 단어도 못 외운다. 분명 계획은 완벽했는데.


비슷한 일들은 하나 두 개씩 쌓이다 보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것들을 못하니까 나는 더 멍청하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한다. 뭐가 문제지? 왜 안되지? 되물어봐도 답이 나올 리 없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은 잘만 한다. 저걸 어떻게 계속 해낼 수 있지? 나는 모르겠다. 그냥 쟤네가 졸라 멋진 놈들이니까 계속 해내는 것이다. 나랑 종자부터 다름놈들이야.


어딘가 모르게 걸쩍 지근 하지만 마음은 편안해진다. 한편에서 나는 진짜 못하는 놈이었나? 의심하기 때문이다. 아니, '아 이 정도도 괜찮지.'하고 합리화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결국 할 수 있었는데 안 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야기 안 했지만 사실 나는 안다. 그리고 느낀다. 나는 능력과 의지가 없는 쓰레기 기구나.




나는 이미 이런 인간이 되어버렸는데 어떡해.


설명하고 글로 옮기기까지가 오래 걸리지 사실 머릿속에서는 0.5초도 안 걸려서 느끼고 절망한다. 이 사이클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크고 작게 반복되고, 몸에 낙인이 찍힌다. 결국 나 자신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새끼가 되어버린다.


근데 이렇게 끝내버리면 안 된다. 그러면 나는 진짜 패배자가 될 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 자리에 멈춰있고 싶지 않다. 하지만 실패의 감옥이 내 발목을 잡는다. 이미 망가져있는 것 같다. 이렇게 습관을 들여버렸는데 어떻게 남들처럼 쉽게 좋은 습관을 만들고, 홀로 일어설 수 있는가? 나는 못하겠다. 이젠 저 멀리 가서 보이지도 않는 걔네랑 나는 다른 게 맞다. 나는 사회에서 1인분도 못하는 놈이니까. 인정하기로 했다. 무능한 새끼라고 비난하는 것 말고 정말 인정 말이다.



매번 실패했으면 원인이 있을 것 아닌가.


원인이 이상만 가득한 계획일 수도 있고, 할 수 없는 환경일 수도 있다. 내 에너지의 한도, 쉬어줘야 하는 타이밍 같은 것이 분명 있는데 성장하는 속도 같은 여러 가지가 타인의 기준에 맞춰져 있으니 되는 게 이상하다. 뭘 어떻게 따라가겠는가. 그 기준부터 새워야 더 이상 실패에 빠져 살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이미 고장 나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환자다. 정신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디가 고장 났는지 알아야 패배감을 지워내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거창하게 내가 좋아하는 일로 성공하는 그런 것 말고, 정말 내가 하루를 살아갈 때 좋아하는 음식이 매몰되는 감정을 멈추게 만들고, 잘 맞는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정리가 된다.




나를 아는 건 어렵다.


나는 아직 서툴다. 나만 그럴까?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현실이 달라서 좌절하는 사람들은 쌔고 쌨다. 모르긴 몰라도 나를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내가 나를 잘 다루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느낀다.


나아가서 좋아하는 것을 생활에 녹이고, 용납할 수 없는 부분들을 거부하면서 힘들지 않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겪고 있고, 겪을 상황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진다. 상황마다 내가 당장 어떤 것이 필요한지 모르면 나는 또 나를 질책하고 좌절해서 못 일어날 것이다. 근데 이거 그만 겪고 싶다. 화나고 힘들잖아.



사실 쓰고 싶은 말은 제목에 있는 말이 전부다.


지금 세상에는 성공하는 법, 옷 잘 입는 법, 요리 레시피 하다못해 연애 잘하는 법, 스킬까지 뭐 별게 다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대로 하면 그렇게 된다. 그렇게 살고 있는 증거들을 수많은 영상과 글, 사진으로 증명받는다. 계속 아니라고 믿고 싶었는데.


아무튼간에 문제는 그게 아니다. 내가 실제로 어떤 것을 배우고 소화할지, 어떤 방법이 나한테 맞는지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재능과 환경이 맞는 것을 재능이고, 천직이라고 표현하면서 특별하게 생각했지만, 그냥 내가 나를 잘 알고 내 무기를 갈고닦아서 휘두르는 것이 진짜 무기고, 천직이고, 재능이다. 누구든 어디에서든 할 수 있다. 재미는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을 해내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걸 제대로 찾지는 못했다. 찾았다고 해도 제대로 소화해서 매 순간 같은 태도를 취하지 못한다. 그래도 나아가고 싶으니까. 조금 더 내 가능성을 믿어보고 싶다. 그래서 잘 살아내고 싶다. 잘.


더 여러 번 실패하다 보면 낙법 정도는 배우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길을 찾아가는지 모르겠다. 어디에서 동기부여를 얻는지 무엇이 잘 맞는지 아니까 멋지게 살아내고 있겠지. 나도 나한테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썼다. 일단 쓰다 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해서. 이거 하나 쓰고 다음에 힘들다고 다시 안 쓸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은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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