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업> 주인공이 나였다면 과연 달랐을까?
재밌었다. 그리고 혼란스러웠다.
무어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많은 감정들이 얽혀있다. 그런 세상에 나는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화가 나지 않았다. 타인의 일이기 때문에. 내 이야기, 내 부조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미친 이야기도 건조하게 받아들이는 것일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는 감정을 요동치게 만드는 어떤 포인트가 있다. 내가 처한 상황과 상태에 따라서 보는 포인트가 달라질 뿐이다. 요즘 생활을 쓰레기처럼 하고 있어서 그런가 나는 내 도덕적 기준은 무엇이고, 타인에게 이 잣대를 어떻게 들이밀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개인주의적인 관념과 미친 세상, 막혀있는 기회들이 괴물을 만들었다. 나라고 저런 괴물이 되지 않았을 거라는 보장이 있는가? 아니, 모르겠다. 주인공이 왜 하필 성매매를 선택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 정도로 머리가 좋으면 훨씬 더 대단한 것들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야가 좁은 청소년기에 볼 수 있는 것들이 한정적이고, 보는 것들만으로 생각한다면 당장 내일부터 시간 대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차악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혼란스럽다. 세상이 괴물을 만든 건지, 스스로 괴물을 선택한 건지 말이다. 선택지가 보이지 않아서 그것을 선택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악함을 알고서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 더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흐름을 좇다 보니 나는 딱히 도덕적 관념에 선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괴물이 아닌가? 글쎄, 나는 내가 저들과 조금 다르게 생긴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합리적이고 추악한 그런 형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최소한 예의와 도덕적 기준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생존에 있어 최선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 기준에서는 내가 보여준 가치와 의도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장기적인 생존을 봤을 때 오래 생존할 수 있는 것이 결국 선함이라서 선함을 선택한다. 법 위에 존재할 수 있었다면 나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선택과 행동으로 자신을 남긴다. 그 결과로 인간이 선하고 악한지 평가된다. 선함과 악함 또한 인간이 만든 기준이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무엇이 선함이고 악함일까? 도덕적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모르겠다.
그래서 믿고 싶은 것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내 에너지, 중요도, 좋아함의 정도 등으로 최선을 선택한다. 보편적인 건 이제 모르겠고,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다수의 교집합이 도덕적 기준이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간에 믿고 싶은 것을 믿기 위해서는 나를 완전히 포기하거나, 내가 바로 서야 한다. 신이든 데이터든 나 자신이든 믿을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함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지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