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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개 Jun 09. 2023

내 살냄새는 젖은 공기 냄새

나는 햇빛에 비누향이 나고 싶었는데.

눅눅한 냄새가 낮게 흐른다. 섬유유연제 향은 좋은데 아직 빨래가 다 마르지 않았다. 젖은 공기가 아직은 덜 늙은 책의 향을 짙게 만든다. 그것들은 글이 된다. 쿰쿰하게. 짙게. 하필 해가 쨍쨍해져 바싹마른 뒤에야 알게 된다. 향이라고 말하기도 유감스럽다. 물비린내, 깨끗한 걸레냄새. 언뜻 에어컨을 청소해도 베어나오는 고무 얼린 냄새와 고소한 과자냄새도 섞여온다. 이게 사람사는 냄샌거지. 뭐 어쩌겠는가. 그게 내것이라는데. 생긴대로 살아야지. 이게 싫으면 바꿔야한다. 디퓨져를 놓고, 향수를 바르고, 에어컨 새로사고, 해떠있는 날에 이불 빨래하고, 공기청정기를 두고, 건조기를 사면 해결 될 일이다. 몰라서 못사는 게 아니다. 그래도 바꿔보겠다고 사둔 디퓨져는 코튼허브다.


나는 햇빛 냄새에 비누향이 나는 글이, 사람이 되고싶었다. 아니라서 유감일 뿐. 언뜻 살냄새가 배어난다. 나는 그 향을 모른다. 언니는 한번씩 내 살냄새를 맡으러 방에 들어온다. 뭐라고 설명을 못하겠단다. 여기저기 개처럼 킁킁 거리다가 정수리 냄새를 맡고는 샤워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살냄새가 안난다며 아쉬워한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뭔 냄샌데?


나는 모르지만 고약하다고들 하는 그 냄새는 모든 곳에 베어난다. 성격과 글씨체와 글과 옷과 표정 같은 것들에서 말이다. 기록도 그렇다. 나는 어떤 것을 담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이 담긴다. 여백은 그것이 나를 담은 것이라 했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어쩌면 가장 잘 알고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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