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향기롭던 비릿하던 관계없이 지독하다. 진한 향에 잠시 미간을 구긴다. 손에는 오래된 사진이 들려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후회를 한다. '그때가 좋았는데, 그때 진짜 좋았는데.' 하며. 애써 부여잡아봐도 손을 빠져나간다. 그것에 익숙해져서 손에 힘을 주는 법을 잃어버렸다. 붙잡을 것이 없는데 알아봐야 무엇하나 싶기도 하다.
남어있는 것은 의미를 잃은 계절의 냄새, 5년을 넘게 입고 있는 옷, 출력하지 않은 사진들. 얼마 전에 버린 잡동사니에 대한 기억 정도다. 쌓이다 못해 점점 옅어진다. 이렇게 삶이 명확해지는 걸까? 엄마도 잘라내면서 아팠을 때가 있었을까?
기억은 덧대고 덧대어져 처음을 잃는다. 시간은 자꾸만 과거를 아름답게만 기억하라고 한다. 나는 아름답지도 추악하지도 않게 기억할 것이라고 고집을 부린다. 그리고 이따금 허망해진다. 필연적인 고독이다.
'이 나이쯤이면 삶이 명확해져.'
열 살배기 아들 딸을 하나씩 둔 실장님이 나에게 준 문장 앞에 먼춰선다. 발을 살짝 걸쳐본다. 뒤를 돌아볼까 싶다가 이내 하늘을 올려다본다. 익숙해지는 것이 싫으면서 좋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