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의 필요조건
소중함을 버리는 법을 배워.
너른 책상에 다리를 쭉 뻗고 누운 듯 앉아서 타자를 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편안한 게 아니니까. 적당한 긴장과 불편을 챙겨 밖으로 나온다.
완벽한 편안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인테리어가 막 돼먹어도 사람만 없으면 다행이다. 조금만 바란다면 사람 없는 카페 구석자리면 그저 감사합니다 하고 앉는다.
덤으로 앉고나면 귀찮아서 잘 안 일어나니까 편안한 의자, 바싹 당겨 앉았을 때 팔이 불편하지 않은 높이의 너른 테이블. 허락된다면 영원히 앉아있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차오른다. 우연한 구석자리는 나의 평안을 지켜준다. 모서리를 평화의 용사로 임명합니다.
늘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 작은 한구석만, 하다못해 이 서랍만이라도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는 어림도 없지. 안락해 보이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세상은 자꾸만 겨우 만든 하나를 희롱 한다. 좋아 보이네. 나 그거 줘라. 하며. 절대로 강탈하지 않는다. 달콤한 제안에 나는 자꾸만 소중한 것을 값싸게 팔아버린다.
소중함을 버리는 법을 배워. 버리고 버리고 버린다. 나는 이제 공을 들이지 않겠다. 어떤 방식으로든 뺏겨버리니. 익숙해지고 나면 씁쓸해도 자유롭긴하다. 이제 세상이 다 내 아지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