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반쯤 읽고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다분히 속세적인 접근이었다. ‘사고하지 않는 인간들을 혹하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생각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서 읽은 게 절대 아니다.) 하도 내 목적과 다른 얘기를 하길래 다른 거 읽고 싶었는데 막상 읽고 나니 다른 화두가 생긴 게 아이러니하다.
텍스트를 소비하는 역사에서부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까지 다루고자 하는 시사점이 다양했다. 지금까지 읽은 것을 요약하자면 21세기 발전된 시대에 거의 모든 정보가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이 깊이 있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생각하는 방법이 달라졌다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 (라고 이해했는데 과연 맞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처음에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여기에서 ‘생각’이라고 말하는 것은 떠오르는 모든 것들이 아니라 ‘사유’에 가깝다고 느꼈다.
멀티태스킹을 하지 못하는 인간이 이 툴을 과연 잘 다룰 수 있겠냐는 물음에 여러 가지 결과를 알려주는 연구들은 대체로 결과가 좋지 못했고, 나에게 ‘너는 지금 미디어를 어떻게 쓰고 있고, 쓸 것 인가?’라고 묻는다. 이 물음을 반복하고 있던 와중에도 난 이 책을 TTS로 들으며 근무를 하고 있었다는 게 진짜 코미디다.
중간에 인터넷 사용에 따라 강화되는 능력이 다르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치 승마와 칼을 다루던 무인들이 문인들에게 밀리고, 현대화로 사라진 많은 산업들처럼 자연섭리에 맞춰 당장 필요한 것들만 남게 되는 것 말이다. 문제라고 해도 얼레벌레 지금까지 발전해 온 거 보면 또 인간은 적응하고나 개선해 나갈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고, 하지 않는 사람들은 안 하니까. 이도 학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제의 전환이 빠르게 되는 만큼 키워드만 빠르게 읽는 방식으로 텍스트의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그렇기에 책도 이 점을 고려해서 보다 짧은 호흡으로 써 내려가야 한다는 말도 제법 흥미로웠다. 언젠간 책을 써보고 싶기도 했던지라 문장을 짧게 써 버릇해야겠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깊이 있게 책을 읽는 것을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쓸모 있는 콘텐츠인지 판별하는 것은 결국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주장을 신선하게 읽었는데, 내 마음속 어딘가는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 회의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태 깊이 읽는 것 만이 좋은 것이라 배웠으니, 그런가 보다 하고 책을 꾸역꾸역 활자만 스쳐가며 시간낭비를 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겠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세상은 빠르게 발전해 간다. 그 안에서 방식이 바뀔지언정 생각할 사람은 하고, 생각을 하지 않을 사람은 하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아도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책을 읽어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물어야 한다. (읽다가 찔려서 독후감을 적은 게 절대 아니라는 소리다.)
나는 책은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배웠다.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가 다를지언정, 책은 나에게 다양한 화두를 던졌고, 나는 이제부터 질문에 답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역시 알고 싶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친다는 점이하고 생각한다. 이번엔 제법 혹할만한 화두를 건졌으니 제발 미디어의 홍수에 빠져 이 배움을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다고 미디어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빠르고 쉽게 핵심만’ 뽑아서 알 수 있다는 점은 책의 이점을 가볍게 넘어선다. 결국 난 ‘이것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문장 앞에 도달한다. 현자들은 가끔씩만 진다는데 나는 너무 자주 지는 인간이라서 가끔씩만 지는 방법도 몸에 새겨봐야겠다.
- 나는 미디어를 어떻게 쓰고 있는 인간인가?
- 미디어를 잘 다루고 있는가?
- 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살고 있는가?
- 짧은 호흡으로 핵심적인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 가?
- 나는 활자를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글을 읽고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 두서없는 알고리즘에 매몰되지 않는 방법은?
- 나는 생각과 사유를 하는 인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