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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Dec 12. 2021

제주생활백서

기꺼운 제주문화생활

느리고 여유롭고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제주에 살다 보면 도시가 가진 다양한 체험이 그리울 때가 있다. 

탄생과 죽음의 생애주기가 인간뿐만 아니라 도시에게도 존재하듯 도시는 생의 에너지를 찾고 변화하고 진화하는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다. 그래서 도시를 걷다 보면 도시를 사는 사람들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물론 제주도에도 도시화된 지역이 존재한다. 인구밀도가 적고 대부분 자가용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어서 일까. 제주의 시가지는 활력을 잃어버린 곳이 많고 거리를 걷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도시의 요소들이 가득한 체험적인 공간과 콘텐츠의 부재는 아쉽기만 하다. 볼거리 가득한 사람 냄새나는 쇼핑몰, 꺼지지 않는 도시 빌딩 숲 야경, 다양한 문화생활 등의 도시생활이 그리운 이유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 내 삶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 넣어 주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도시처럼 다양한 체험과 문화를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즐길 수는 없지만, 도시에는 없는 제주만이 가진 나름의 즐거움과 흥미로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의 장기화는 그나마 제주에서 문화생활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던 크고 작은 축제나 공연, 예술들을 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간 것 같다. 제주에서 가장 좋았고 매년 여름 내가 기다리던 것은 야외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음악축제들이다. 


내가 제주에 처음 왔던 2015년부터 매년 즐겼던 함덕의 '스테핑스톤' 은 코로나가 오기 전인 2019년까지 무료로 음악과 뮤지션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제주의 여름 축제였다. 2003년부터 16회 동안 계속된 페스티벌은 무료 진행임에도 불구하고 해를 거듭할수록 라인업이 좋아지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함덕 해변에 둘러앉아 낮부터 저녁까지 함께 음악에 몸을 맡기며 소통했던 추억이 가득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문화를 가까이 즐길 수 있어서 고마운 존재였던 제주도민들의 축제의 장 스테핑스톤!! 너무 그립다.


 '널개이펙트'제주의 다양하고 많은 뮤지션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축제였다. 널개란 판포리의 옛 지명으로 자본 없이, 지원 없이 직접 준비하고, 만들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보여주기보다는 같이 놀려고 만든 이벤트라는 취지에서 무료로 열렸다. 판포의 해거름 공원에서 캠핑하며 1박 2일 동안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음악축제였다. 


제주 뮤지션 중 모든 제주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사우스카니발' 밴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카와 라틴계열의 신나는 음악에 제주의 색을 더해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장르를 만들어 낸 밴드 같았다. 자주 접하고 음악이 흥겨워서인지 나도 모르게 저절로 가사가 외워지는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가운 제주 밴드이다. 


제주에는 해변이나 오름 근처 들판 등의 탁 트인 자연풍경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공연들이 많다. 신선한 바람과 근사한 제주만이 가진 자연을 느낄 수 있어 공연을 더 빛나게 하고 여운을 남긴다. 함덕의 스테핑스톤 이외에도 여름에는 월드뮤직 오름 페스티벌, 컬러풀 이호, 이호테우축제, 표선 해비치 축제, 삼양 검은 모래축제, 서귀포 야해 축제, 산짓물 공원 콘서트 등 제주의 각 지역에서 다양한 체험과 프로그램, 음악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었다. 

돌문화공원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도 꽤 흥미롭다. 야외에서 열리는 오페라, 뮤직콘서트, 다양한 뮤지션들의 공연이 상시 무료로 열린다. 풀문 아일랜드, 짠 페스티벌, 아일랜드 페스트 밤 등 유료로 참여할 수 있는 페스티벌들도 매년 다양해지고 많아져 코로나 전까진 다양한 주제로 열렸었다.

 

음악 축제 이외에도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제주들불축제제주의 수복강녕과 풍요, 액운 타파 등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이어간다는 취지로 매년 새별오름에 불을 놓는다. 제주에서 가장 큰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성산일출축제 새해 첫 일출을 다 함께 반기는 축제로, 소원성취와 만사형통을 바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도민 화합을 도모하는 축제이다.

 

코로나가 얼른 끝나서 제주만의 색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행사들이 시도되고 제주의 많은 뮤지션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다시금 열렸으면 좋겠다. 감사한 마음으로 기꺼이 즐길 수 있었던 날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길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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