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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제 이준서 Mar 28. 2018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가이아 Gaia

첩보영화 007을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영국 신사풍의 스파이와 정반대의 철부지 젊은이가 세계평화를 위해 모험을 한다는 고전적인 스토리에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힌 호쾌한 영화이다. 보통 영화에 대한 글을 쓸 때 나를 끌어당기는 메시지, 나의 주요 관심사가 들어있지 않으면 그냥 관람만 할 뿐인데 단순하게 이런 오락물에도 많은 메시지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할리우드 영화의 수도꼭지 -틀면 나오는- 사뮤엘 잭슨(리치몬드 발렌타인)이 악당으로 나오는데 그의 지구정복스토리는 이렇다.


가이아 Gaia이론이란 것이 있다. 가이아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대지의 여신을 칭하는 말로서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단순히 기체에 둘러싸인 암석덩어리로 생명체를 지탱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해 나가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유기체임을 강조한다. 고로 생명체의 주요 특징인 항상성의 유지를 위해 자체 정화작용을 하는데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도 정화작용의 하나로 본다. 그런데 그 자체 정화의 범위를 넘어서버린 바이러스가 있으니……. 바로 인류이다. 실제로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 제임스 러브록은 인간은 필히 멸망하고 아니 멸망해야 하고 10억 정도의 인간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스타워즈에서 루크 스카이 워커 역을 맡았던 마크 해밀(제임스 박사)이 이 러브록 박사의 역할이다.

그림으로 표현한 가이아
저분이… 이분이다

바로 이 가이아 이론에 의거 인종말살 프로젝트를 세우는 바, 발렌타인은 전 세계 지도층을 설득해 그들만의 왕국을 세우고 불필요한 인구를 줄이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성경이나 길가메시 Epic of Gilgamesh 그리고 고대 중국의 기록, 수메르신화에서도 보이는 대홍수 Deluge가 만약 현대의 대도시에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거대 쓰나미나 해성 충돌, 거대지진, 판데믹 pandemic등으로 인한 자연재해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들이 많으니 참고해볼 만하다. 전쟁을 예로 들면 제3차 대전으로 인한 인재는 결국은 핵전쟁으로 이어진다는 시나리오가 일반적인데 이 시나리오는 적국이나 아군이나 둘 모두에게 피해가 되고 그 피해기간이 장기간이 되리란 전망에서 지배세력이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종교에서 말하는 지구의 지축이 한순간 똑바로 서는 대변혁 정도라면 인류가 멸종은 아니더라도 그러한 위기까지도 갈 만할 정도의 위력은 될 것이다. 일본 대지진으로 지구 자전축이 실제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견을 곁들인다면 이런 식의 점진적인 자전축의 변화로 언젠가 똑바로 서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대 중국 소강절이란 분이 쓴 <황극경세서>에서는 우주 1년을 129,600 년으로 계산하고 선천 5만 년, 후천 5만 년 그리고 나머지는 빙하기로 보았다. 이것을 신뢰할 때 지축이 정립되는 순간은 인간의 시간 개념이 아닌 우주시간개념으로 본다면 찰나이겠으나 인간의 시간개념으론 아주 긴 시간일 것이다. 사견은 접어두고…….


발렌타인의 계획은 인류를 5억만 남기는 인구감소 음모론에 기반한다. 그리고 RFID에 기반한 베리칩으로 인류를 지배하려 한다는 또다른 음모론 또한 이 영화의 모티브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지구의 바이러스인 인류를 정화하고 선택된 우성인자들은 또다시 지배세력이 되어 나머지 5억의 인류를 지배한다는 내용의 음모론이다. 윌 스미스 주연의 맨 인 블랙도 외계인에 관계된 음모론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그렇다면 발렌타인은 어떤 식으로 인류를 정리할까? 음모론과 상당히 비슷한데 특정 주파수를 내는 칩을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에 장착한다. 개인용 pc와 달리 스마트폰은 저소득국가에도 상당한 보급률을 나타내고, 영화에서는 직접 자기 휴대폰이 아니라 옆 사람 휴대폰에서 나오는 주파수만으로도 다수에게 적용되므로 상당히 유용한, 아니 100% 확실한 효과를 낸다. 그렇다면 과연 그 특정 주파수란 무엇인가?


주파수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이렇다. 전파가 1초에 몇 번 진동하는지를 측정하는 단위. 사람들은 저주파를 이용해 치료도 하고 특정 주파수를 이용해 라디오도 듣고 모기를 쫓기도 한다. 어떤 주파수는 심신을 힐링 healing하는 효과도 있다. 예를 들어 528hz는 삶에 지친 사람의 DNA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분명 사람의 심신을 피폐하게 하는 주파수도 있을 것이다. 발렌타인은 그 정도를 넘어 특정 주파수에 노출되면 살인본능을 일깨워 서로 죽고 죽이는, 심지어 어머니가 자기 아이까지도 위협하는 죽음의 주파수를 개발하고 그 주파수가 실행되는 칩을 스마트폰을 통해 전 세계로 보급한다. 그리고 우생학에 의거, 선택된 소수의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그 계획을 전 세계에서 실행하게 된다. 소위 선거로 선출된 공무원들조차 이 계획에 동참하게 되는데……. 현재 정치인들이 하는 짓을 보노라면 꼭 영화 얘기라고 안 느껴진다. 물론 지배층이라고 다 나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발렌타인의 요구를 거절한 스웨덴 공주처럼 양심을 지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가물에 콩 나듯 있는 법이다. 그래서 발렌타인에 의해 감금되지만 영화 말미에서는 주인공 에그시(태런 에저튼)의 종횡무진한 활약에 기를 불어넣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스웨덴 공주 - 입체적인 캐릭터의 공주

그렇게 그 칩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어느 유럽의 산에서 살아남을 지배층들이 모여 파티를 하게 된다. 즐거운 살육의 현장을 목도하려던 사람들은 도리어 주인공에 의해 머리가 터져 죽는다. 인류의 파멸을 보며 축제를 즐기려던 이들의 머리가 오히려 폭죽처럼 터지면서 파티의 주인공은 바뀌게 된다. 이 모든 사건을 일으킨 발렌타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피 blood를 보면 구토를 일으키는 희한한 증상을 보인다. 전 인류를 죽음으로 몰고 가면서도 피라는 유기물을 보면 구토를 일으키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이다. 사이코패스는 영혼이 괴리된 자이다. 좌뇌 활동이 극단적이 되어 우뇌가 지배하는 감정 영역을 잃어버린 존재이다. 자신의 감정을 모르니 타인의 감정을 알 리 만무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감정보다 저 사람이 사라져야 내 영역이 침해받지 않고 조용하고 깨끗하게 살아간다는 극단적이고 건조한 감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발렌타인만이 아니고 그 파티에 동참한 모든 권력층이 다 사이코패스인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자신의 우뇌를 도려내고 좌뇌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죄의식도 없다. 영화만의 이야기로 보는가? 는 자주 보면 익숙해진다. 전 세계에서 아직도 기아, 전쟁, 질병, 성폭력, 빈곤, 인종차별 등이 TV를 통해 만연함을 보게 되지만 곧 뇌는 익숙해져 버리다. 일상적인 폭력, 일상적인 무관심들. 일상이 일상에서 벗어나야 픽션은 논픽션이 된다. 에그시의 독이 묻은 칼은 가젤(소피아 부텔라) 한 명을 죽였지만 무관심이란 독은 수십만 명을 죽인다. 가이아 Gaia까지도.

잊히는 시리아 내전..유엔 조사위원도 "무기력" 사임(종합) | Daum 뉴스                                                         

영화란 넋 놓고 보면 심신에 힐링 healing이 되지만 가끔 이렇게 숨은 메시지가 씁쓸할 때면 소주라도 한잔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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