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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제 이준서 Mar 28. 2018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가오갤, 빛이 있으라

국내에서는 비록 흥행을 하지 못했으나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본 가오갤 1탄이 미국에서의 흥행에 힘입어 속편이 봉되었다. 가오갤2는 마블의 세계관 중 지구를 넘어선 우주관에서 본 히어로물이다. 지구인 어머니와 외계인의 혼혈인 주인공 피터 퀼(크리스 프랫), 가모라(조 샐다나), 연구실에서 탄생한 너구리 외계인 로켓, 나무외계인 그루트. 각각의 캐릭터의 분화를 통해 흥미를 유발시키는 마블의 흥행요소는 여기서도 십분 발휘된다. 입체적인 인물들의 좌충우돌 모험을 통해 어떻게 그들이 은하계의 수호자가 되었는지를 1탄에서 보여쥤고 2탄은 1탄에서 암시를 줬던 퀼의 출생과 아버지에 관한 수수께끼로 시작한다.

 

피터 퀼을 쫓는 수많은 우주선들을 한순간 먼지로 만들고 유유히 그 모습을 드러낸 퀼의 아버지는 왕년의 액션스타 커트 러셀. 영화에서의 그의 이름은 셀레스티얼 Celestial. 사전을 찾아보니 천인(天人)이란 뜻이 나온다. 곧 신을 말한다. 유의어로서 holy, sacred, spiritual 등이 있으며 눈에 보이는 인격신, 물신이라 봤을 때 celestial being 현존하는 신이라 볼 수 있다. 신이란 범주를 인간의 시각으로 축소한 형태의 인격신으로 영화에서 표현하였으며 셀레스티얼은 신성이 아닌 오히려 인격이 두드러진, 그리스로마신화적인 신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굳이 신이란 존재론적 의미에 대해 따지지는 않겠다.

셀레스티얼로 분(扮)한 커트 러셀

그렇게 홀로 수많은 우주선들을 한순간에 파괴하고 아들 퀼에게 자신이 아버지임을 밝히고 그가 창조한 행성으로 아들 일행을 데려간다. 그렇다면 퀼은 반신반인 헤라클레스라 볼 수 있겠다. 인간과 신의 결합은 고대신화에서 비롯되는 형태로서 제우스신과 인간여자의 결합, 수메르신화의 신 엔키와 인간여자의 결합. 그것은 또 다른 마블영화 토르에서도 보여진다. 토르는 엔키를 상징하고 또한 그를 사랑하는 인간여자의 결합. 엔릴(엔키의 동생)은 로키, 아누(엔키와 엔릴의 아버지)는 오딘을 상징한다. 또 다른 마블히어로 수퍼맨도 인간여자와 결합하고 그 자식 -슈퍼맨 리턴즈(2006년)- 은 외계인의 피를 받아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신력(神力)을 이어받는다. 우리의 단군신화도 환웅과 웅녀, 신인(神人)과 인간여자의 결합이다.

젊은 날의 셀레스티얼과 인간여자

셀레스티얼은 이름만큼이나 엄청난 창조능력을 갖고 있는데 스스로 빛을 창조하여 그것으로 물질화하는 능력을 갖고있다. 그 능력으로 행성까지도 창조하는데 창세기 구절에 나오는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다'란 구절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신성이나 깨달음의 수준과는 별개로 창조능력은 신의 권능을 차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탄생도 유성생식하는 인간과 달리 스스로 존재하는 자, 곧 무한자로서의 신의 권능을 나타낸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이니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이니라하는 천부경 구절처럼 시작이 없으니 끝도 없는 우주적 존재이며 창조의 원리이며 창조 그 자체인 자.                                       

그러나 아쉽게도 딱 거기까지이다. 신성으로서의 그의 한계는 딱 존재자체와 창조능력까지이며 모든 것을 수용하고 품어주며 선악을 구별하지 않는 일원성으로서의 신성은 갖지 않은 인격신으로서의 그리스로마신화의 신을 차용한다. 그의 존재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나 냉혹한 모습은 오히려 인격보다 못한 면을 보여준다.


는 그렇게 전 우주를 돌아다니며 죽음의 꽃을 은하계에 뿌리고 다닌다. 그 목적은 바로 생명의 파괴인데 사실 파괴 그 자체는 악이 아니다. 나뭇잎이 다 떨어져야 새 잎이 돋고 숲이 불타야 새 순이 돋아 더 생명력 넘치는 초원이 생어나고 낡은 건물을 철거해야 새 건물을 짓듯 파괴는 창조의 또다른 이름이며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도 그 반대쪽엔 모든 것을 내뱉는 반대개념의 화이트홀이 있다고 한다. 타로카드로는 죽음카드. 겉보기에는 모든 것이 절대적인 절망처럼 보이나 저 멀리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역에도 수산건(水山蹇) 괘는 어려움, 종말을 말하는 괘이나 또한 새로운 출발도 의미한다.                                          

죽음카드

명분있는 파괴는 창조의 또 다른 발로(發露)이나 셀레스티얼이 뿌린 죽음의 꽃은 그저 파괴를 위한 기폭장치이다. 허나 그 파괴를 이루기 위해선 혼자가 아닌 자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이가 필요한데 그래서 전 우주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아이를 낳아줄 씨를 뿌렸고 그렇게 많은 자식들 중 유일하게 인간 어머니의 피를 받은 퀼만이 자신의 능력을 이어받자 자신의 뜻에 동참하기를 종용하며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지구를 떠나기 전 어머니에게 암을 심어줬던 것이다. 잠시 신적인 창조능력에 도취했던 퀼은 극히 인간적인 감정인 분노에 휩싸이고 결국 아버지와 아들은 그렇게 피할 수 없는 싸움에 휘말린다.

 

둘의 싸움에서 아버지 셀레스티얼은 몸이 파괴됨에도 마치 엑스맨 울버린이 가진 힐링팩터처럼 다시 몸을 복구한다. 그것을 넘어 아예 다른 몸으로도 바꾸고 빛의 형태로도 변신한다. 현재 우리의 유기체몸은 탄소기반의 몸이다. 여기서 우리가 더 진화하면 규소와 플라즈마, 빛의 형태로 진화한다는데 아직 현재과학으로 풀 수 있는 영역너머이므로 사실관계는 따지지 않겠다. 어쨌든 영화에서 셀레스티얼은 빛을 창조하고 그 빛을 물질화도 하지만 그 자신조차 빛의 몸을 지닌 듯 하다. 영화 루시(Lucy, 2014년)에서 루시가 자신의 뇌를 100% 사용할 수 있게 되자 몸이라는 유기체조차 필요없는 빛으로 화(化)한것과 마찬가지이다. 루시는 후천적으로 그 경지에 이르렀지만 셀레스티얼은 그 자체로 원래 빛이었던 것이다.

셀레스티얼이 죽음의 꽃을 작동시켜 행성들을 파괴하기 전에 그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그와 한몸인 이고 Ego (自我 정신분석 이론에서 '자기' 또는 '나'로서 경험되며 지각을 통해 외부세계와 접촉하는 인간성격의 일부분) 행성의 중심에 위치한 심장을 죽이기 위해 일행들이 뭉치게 된다. 그렇다. 이 행성의 이름은 이고이다. 그것은 분리의식을 부추기는 극히 인간적인 보호의식을 말하는 바, 셀레스티얼은 신성과는 거리가 먼 분리의식을 지닌 불완전한 인격체, 곧 우리모습에 대한 투사이다. 그 이고를 파괴함으로써 신성을 되찾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바, 사실은 그 이고라는 것 또한 우리의 일부이며 우리가 몸을 입고 살아가는 한 또한 없어서는 안될 우리의 일부이다. 허나 대다수의 인류가 이고라는 분리의식에 너무 뿌리깊게 빠져있음으로 적당히 파괴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아버지와 아들의 대립을 통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 싸움에서 결국 이고행성의 심장을 파괴하고 그렇게 셀레스티얼도 사라지게 되나 그와 동시에 그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은 퀼 또한 영생과 창조능력을 잃고 평범한 인간으로, 결국은 죽음을 맞이해야 하고 창조를 이루기 위해 어쩌면 평생을 육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아가며 이룩할 수 밖에 없는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아버지로부터 듣게 되나 그는 아주 시크 chic하게 대답한다.

"그게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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