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푸드
홍어가 싫었다.
지독한 냄새의 홍어가, 정말 싫었다.
부모님이 장사를 시작하시면서
우리를 돌봐주시기 위해 시골에 계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도시로 올라오셨다.
할아버지는 동네 노인정에서 술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바쁘셨고,
평생 농사만 지으셨던 할머니는 낯선 도시 살림에 잘 적응하지 못하셨다.
그런 할머니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생선을 말리기 시작하셨다.
햇볕에 뽀송하게 마른 예쁜 빨래들 옆에서, 비릿한 생선이 나란히 널려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어디선가 장독대를 구해오시더니,
그 안에 홍어를 삭히기 시작하셨다.
어렸던 나는 그 냄새가 너무도 역겨워서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 집 주위를 맴돌았다.
“저게 뭐라고.
홍어 같은 걸 왜 먹냐고.”
어릴 적 나는 그렇게 투덜거렸다.
지독한 냄새의 홍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지금은 누가 묻는다.
인생의 소울푸드가 뭐냐고.
나는 망설임 없이 말한다. 홍어삼합이라고.
언제부터 맛있게 먹었는지 알 수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할머니가 삭힌 홍어는 먹어본 적이 없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할머니가 삭힌 홍어가 그렇게 맛있었다고 한다.
막걸리도 잘 빚으셨단다.
입에 착 감기게, 참 곱게도 만드셨다고.
지금은 치매로 우리 아들에게 몇 살이냐고 몇 번이고 되묻고,
혼자 걷는 것도 힘들어진,
왕왕 왕 할머니가 되셨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좋았던 기억보다 치열하게 싸웠던 기억이 훨씬 더 많다.
기억이 흐릿해지신 할머니지만,
나만큼은 꼭 기억하신다.
홍어를 먹을 때면
문득 할머니가 생각난다.
그리고
미안했던 일들이 사무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