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벙개.
인천으로 이사 온 뒤, 처음으로 목적을 가진 이동이었다.
혼자 바람 쐬러 한강쯤 가본 적은 있었지만, 누군가를 만나러 서울까지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사랑니를 뽑아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런데도 글로만 알던 사람들을 직접 만난다는 낯설고 설레는 마음에, 주저 없이 집을 나섰다. (지금 생각하면 겁도 없다...)
이미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기가 다 빨려버렸다.
신촌역에 내리자 더 거센 인파에 휩쓸려, 왼쪽으로 가야 할지, 오른쪽으로 가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혼란과 공황이 뒤엉킨 그 순간,
그가 나를 데리러 왔다.
통신 안에서 내게 가장 까칠하게 굴던 '그'가, 모임 장소로 데려다주겠다며 마중을 나왔다.
까칠했지만 이상하게 싫지 않았던 그의 첫인상은, 역시나 뾰족하고 선명했다.
첫 만남인데도 환하게 웃거나 반겨주기는커녕, "따라와." 짧게 한마디 건네고는 성큼성큼 앞장서 걷던 사람.
걸음은 또 어찌나 빠르던지, 뒤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걸음은 여전히 빠르다.)
2000년 11월, 신촌은 눈부시게 화려했다.
걷는 내내 반짝이는 간판들에 시선이 쏠리고, 거리마다 둠칫둠칫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에 발걸음은 저절로 빨라졌다.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다 보니 어느새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당황했고, 나 빼고 다 아는 사이였다.
어른인 척 쿨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사실은 모든 것이 낯설고 두근거렸다.
친절한 사람들 틈에 섞여,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채 어색하게 몇 번 눈만 마주쳤다.
그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조용하고 어설프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