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엄마, 계양산 정상에 도착했어!

by 포카치아바타

“딸, 엄마 계양산 정상에 도착했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쉬지 않고 일만 해 온 우리 엄마.

엄마와 아빠는 작은 부식가게(과일, 청과, 반찬, 생선 등 뭐든 다 팔던 가게)를 시작으로 장어 가든, 갈빗집, 한식 뷔페, 백반집, 생선구이 집까지 수많은 가게를 운영하며 쉼 없이 달려오셨다.

집마다 사정이 다 있겠지만, 엄마 아빠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키우느라 청춘의 싱그러움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채 젊음을 쏟아냈다.

늘 씩씩해 보이기만 하던 엄마였지만, 겨우 쉰을 넘기고 나서부터 여기저기 몸이 고장 나기 시작했다.

한때는 염증 수치가 너무 높아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기도 했다.

그땐 아빠가, 혹시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엄마가 중환자실에 들어간 뒤에야 조심스럽게 사실을 알려주었다.

어느 날부터 다리가 아프다고, 무릎이 욱신거린다고 하시던 엄마는 결국 통증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연골이 거의 다 닳아버렸다고 했지만, 엄마는 바쁜 장사 때문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아들 결혼 비용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던 부모의 마음이었으리라.

결국 아들 결혼도 무사히 마치고, 오랫동안 해오던 가게도 정리한 뒤에야 비로소 수술을 받게 되었다.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고, 긴 재활 과정을 끝냈지만,

걷는 데는 여전히 불편함이 남아 있었다.

엄마는 걸을 때마다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진달래의 화려함이 봄을 가득 채운 계절이 찾아왔다.

이제는 공식적인(?) 백수의 길을 걷고 있는 엄마 아빠에게, 올해의 봄은 유난히 특별하다.

더 이상 가게에 얽매이지도 않고, 통증에 발목 잡히지도 않는다.

오랜만에 친구분들과 함께 나들이를 다녀오셨다.

넓고 오르막이 많은 곳이었지만, 아프지도 않고 신나게 걸어 다녔다며 밝게 웃으셨다.

며칠 뒤에는 꽃이 만개한 수목원에도 다녀오셨다.

오가는 차 안에서도, 걷는 동안에도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며, 참 걷기 좋은 날이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오늘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딸, 엄마 계양산 정상에 도착했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어.”

그동안 얼마나 마음껏 걷고 싶으셨을까.

엄마의 벅찬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나도 울컥하고 말았다.

올라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곁에 있던 아빠가 손을 잡아주고, 끌어주고, 때로는 함께 쉬어가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겠지.

아빠와 엄마는 그렇게 서로 기대어 걸어왔다.

쉬고, 다시 일어서고, 때로는 힘겹게 끌어주면서 여기까지 함께 걸어왔다.

계양산 정상에 도착한 오늘,

엄마는 단순히 산 하나를 오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긴 시간과 아픔, 그리고 삶을 넘어선 것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된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잠시 멈춰도 괜찮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걷는 길 위에

늘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함께하길,

오늘도 딸은 응원한다.


아, 그런데...

엄마 무릎은 새건데 아빠 무릎은 헌 거야.

아빠, 조심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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