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을 만들려고 꺼내두었던 감자 두 알에서 어느새 싹이 났다.
평소 같았으면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갔을 감자였다.
그런데 이번엔 문득, 이 싹을 키워 초록초록한 눈요기(?)로 삼아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키워보기로 했다.
처음엔 작은 컵에 감자를 반쯤 걸쳐 햇빛을 쬐게 해두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뿌리가 살짝 나오기에 빈 화분에 옮겨 깊숙이 심어주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걱정도 됐지만 어차피 음식물 쓰레기통에 들어갔다면 진즉에 사라졌을 감자이기에 볕이 잘 드는 곳에 두고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주기로 했다.
열흘 넘게 아무런 소식이 없어 포기하려던 찰나, 어느새 뾰족 새싹이 올라왔다.
어머나, 이게 웬일이지?
그 뒤로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났다.
옆 화분에 심어두었던 해바라기 씨앗도 새싹을 틔우고 키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는데,
감자도 어느새 해바라기와 키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감자는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정말 놀랍고, 뿌듯한 순간이다.
버려질 뻔했던 감자.
그 감자의 새로운 시작을 바라보며, 나 역시 삶 속에서 스치듯 지나쳤던 가능성과 의미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한 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