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하지 않은 권위

by 포카치아바타

하늘은 어둑했고, 굵은 비는 세차게 쏟아졌다.

한여름이었지만 비 때문에 더운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고,

얇은 교복 사이로 으슬으슬한 한기가 스며들었다.

영어 수업이 시작되자 담당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고, 눈빛과 말투는 날카로웠다.

‘누구 하나 잘못 걸리면 큰일 나겠군. 쳇.’

수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생님이 갑자기 문제를 냈다.

“오늘 며칠이야? 5일이야? 5번!”

“…”
“15번!”
“25번!”
“25번 짝꿍!”

‘하아… 나잖아…’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지난주에 나왔던 문제를 다시 묻는 것 같아

기억나는 대로 답했더니, 아니라고 했다.

“맞는데요?”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반장, 말해봐!”

“…”

‘맞아도 맞다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라니, 참…’

“저번 주에 OOO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요?”


아이들이 수군댔다.

'맞잖아.' '맞는데 왜저래??' '잘못걸렸다...'


“내가? 언제? 내가 없는 말을 해? 너 이 자식 나와봐.”

“…하아.”

문제라면, 이게 문제였다.
속으로 삼켰어야 할 한숨이 밖으로 새어나왔고,
그 순간 그는 완전히 돌아버렸다.
(이 시점부터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겠다.)

그는 내게 다가오며 지휘봉을 휘둘렀고,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폭력. 말 그대로 폭력이었다.

지금 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라떼는 말이야… 뭐, 그랬다.
하지만 이건 선을 넘었다. 이건 아니지.

정신없이 맞다 보니 수업 종료 종이 울렸고,
그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교실을 나갔다.

나는 그 길로 조퇴하고 집으로 향했다.
속이 뒤집힌 채 나왔더니 꽂아두었던 우산도 두고 나왔다.

어둑한 하늘 아래,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었다.
길에 사람이 없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억울하고 더럽고 기분이 엉망이었지만,

눈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날 밤, 결국 몸살이 났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다시 학교에 갔다.

어찌 됐든 하루는 지나갔고,
그 악몽 같은 시간도 지났다.

분노했고, 억울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없었다.

인사하지 말아야지.
눈도 마주치지 말아야지.

하… 내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인사하지 않기’라니…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친구를 통해 나를 교무실로 불렀다.

왜 인사를 잘하던 네가 요즘 인사를 안 하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정도, 반응도 없이 그저 서 있었다.


그는 말했다.

“그날은 내가 오해를 좀 했더라고. 미안하고, 마음 좀 풀어라~”


정말, 씨발.

지금까지 살아오며 받은 수많은 말들 중
그건 가장 더럽고 구역질 나는 사과였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사과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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