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by 포카치아바타

하늘이 어둑어둑하더니,
결국 비가 쏟아진다.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덩달아 시원해지는 듯하다.

딸아이가 어렸을 적,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비옷을 입히고, 장화를 신기고, 작은 우산을 들려 함께 밖으로 나가곤 했다. 우산을 들었어도 퍼붓는 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지만, 딸은 그저 좋다며 깔깔 웃었다.

젖은 몸으로 돌아와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키고, 라면 한 그릇을 끓여 나눠 먹던 그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비 오는 날의 추억은 참 많지만, 오늘은 유난히 그 시절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사춘기에 접어든 뒤로는 말수도 줄고, 웃음도 잦아든 것 같다.
딸도, 나도.


그때의 에너지는 지금보다 그저 젊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지금보다 걱정이 덜했기 때문이었을까.


비가 와서 마음이 시원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비가, 생각할 거리를 내게 건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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