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 육수입니다.

by 포카치아바타

오랜만에 '나'의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어제 낮에는 "친절함"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글을 쓰고 싶었지만, 분주하고 복잡한 마음 탓에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저녁엔 가족을 위해 야심 차게 쌀국수를 끓였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 속상함과 짜증이 몰려왔지만, 한편으론 그 요동치는 마음을 글로 쏟아내고 싶어 안달이 났다.

하지만 집에서는 글이 안 써진다는 핑계를 대며 미뤄두었다.

밤이 되어 좋아하는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마지막 회를 보았다. "이건 무슨 육수예요?"라고 묻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최강록 셰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건 제 육수입니다."

그 한마디가 머리를 띵 하고 울렸다. '무슨' 육수인지 설명하기 전에, 그것이 오롯이 '자신의 것'임을 선포하는 당당함. 내가 쓰는 글도 결국 "이건 제 글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내 존재의 표현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망친 쌀국수 육수처럼 내 마음이 조금 탁해진 날일지라도, 결국 이 기록은 나의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나는 나를 표현하기 위해 다시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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