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대폰 갤러리에는 사진이 참 많다.
누군가 본다면 "이런 사진은 왜 안 지워?"라고 물을 법한 사진부터, "이게 도대체 언제적이야?" 하며 실소하게 만드는 오래된 기록들까지.
사진에 대한 나의 철학은 조금 유별나다. 나는 각 잡고 찍은 멋진 사진보다, 삶의 찰나가 담긴 평범한 사진들을 좋아한다. 타인의 눈에는 구도도 엉망이고 형편없는 사진처럼 보일지라도, 내게는 그 사진을 찍던 순간의 공기, 코끝을 스치던 냄새, 들리던 소리까지 고스란히 담긴 타임머신과 같다. 물론 단순히 귀찮아서 지우지 못한 것들도 수두룩하지만 말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만 늘어간다. 특히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조각들이라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만약 나중에 내가 기억의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때는 이 사진들이 나를 대신해 그 순간들을 꼭 붙잡아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사진 한 장 지우는 일조차 쉽지가 않다.
사진 속에는 내가 살아갈 힘을 얻는 '좋은 기억'들이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지우지 못한 사진더미 속에서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