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볼 때 이런 아이 꼭 있다
[단편] 얄미운 명화
칫, 하여간 저런 애들 꼭 있다. 공부 하나도 안 했다면서 막상 시험 보면 100점 맞는 아이. 시험 전 ‘유튜브 먹방만 봤다’며 프로그램 내용 줄줄 얘기하다가 시험 치르고 나서는 ‘1문제나 틀렸다’며 발 동동 구르는 아이.
우리 반 명화 저 계집애야 말로 전형적인 밉상이다.
지금은 중간고사 기간, 우리 H여자중학교 학생들은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하지만 시험은 남 얘기인 양 TV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썰을 푸는 아이가 있으니 그 이름 명화다.
― 뮤직뱅크에서 아스트로 봤니? 차은우 레알 잘생김 뿜뿜이더라!”
― 어제 수목 드라마에서 남주가 넘 불쌍해. 그치?”
명화의 성격을 아는 친구들은 저거 또 예고편만 잠깐 보고 아는 척하는 것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걸려드는 아이가 제법 있다.
“마자마자! 어제 차은우 얼굴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니깐.”
“호호, 난 스트레이키즈 현진이 쫌 더 좋아. 그 오빠 얼굴도 본좌야.”
그러는 사이 시험 종이 울린다. 이번 시험과목은 사회다. 그런데 이게 뭐람. 문제를 보자마자 숨이 턱 막힌다. 시험 문장을 빙빙 돌려놔서 아는 문제도 틀릴 판이다. 물론 사회 선생님이 “이번 시험은 어렵게 낼 거야”라고 미리 겁을 주긴 했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딩동댕동!
시험 종료 소리가 나자 여기저기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와, 사회시험이 국어시험이냐! 무슨 말을 그리 꼬아!”
“그러게 시험 범위 밖에서도 나온 것 같고, 어휴 짜증 나!”
친구들의 푸념을 가르며 명화가 지나간다.
“명화야 사회 너무 어려웠지, 응?”
나는 명화에게 물었다. 하도 공부 안 하고 TV만 봤다기에 이번엔 시험 좀 못 봤나, 하는 기대감이 있어서였다. 명화는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
“글쎄.... 생각하고 풀어야 했던 문제가 쫌 있긴 했지”
생각하고 풀어야 했던 문제가 좀 있었다라.... 그렇다면 이번엔 명화도?
“그럼 넌 몇 개나 틀린 것 같은데?”
“내 점수야 뭐....”
“몇 점인데?”
“시험 끝나자마자 답 맞춰봤는데...”
“?”
“나는....”
“아휴, 뜸 좀 들이지 마!”
“다 맞은 것 같아”
쿵야,
매번 당하지만 당할 때마다 적응이 안 된다. 저...저 얌생이 으휴! 하지만 분통은 조금 나중에 터뜨려야 한다. 다음 시험은 최고의 난관 수학이기 때문이다. 감독관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시험지를 나눠주셨다. 시작종이 울렸다.
아이고, 이번 중간고사는 전 학년 평균을 깎아 먹으려고 선생님들끼리 작당을 하셨나 보다. 왜 이리 문제가 어려울까. 가뜩이나 수학에 약한데 제대로 푼 문제가 별로 없다. 그저 찍기 신공에 기댈 수밖에.
시험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다시금 한숨이 터져 나왔다.
“와, 문제 절라 어렵다.”
“그러게 검은 건 글씨고 하얀 건 종이였어.”
“뭐야 이게? 2차 함수면 2차 함수고 집합이면 집합이지, 집합과 2차 함수를 섞어서 문제를 내면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수학경시대회 문제도 아니고 말이지.”
아이들의 푸념을 뒤로하며 나는 명화 쪽을 바라보았다. ‘쟤는 잘 봤겠지 뭐....’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지만, 문제가 어려웠기에 이번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도 놓지 않았다. 그런데 앗, 명화가 책상에 엎드려 있다. 울고 있다. 이번 시험이 어렵긴 어려웠나 보다. 명화가 저렇게 망연자실해하다니. 나는 명화에게 다가갔다.
“얘, 진정해”
“엉엉!”
“이번 수학 어려웠잖아. 너 같은 애도 울 정도면 다른 애들은 어땠겠니?"
위로는 했지만 솔직히 뿌듯했다. 하지만 겉으로야 내색할 수 있나. 나는 예의상으로나마 위로를 이어갔다.
“명화야, 울지 마. 다들 마찬가지 심정이라니깐.”
“힝힝, 너무 억울해!”
명화는 눈물로 범벅된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나는 휴지를 꺼내 명화에게 건네주며 다시 물었다.
“도대체 뭐가 억울하다는 거니?”
“그게... 21번 문제를 마킹 실수해서 선생님한테 답안지 바꿔달라고 했거든....”
“그런데?”
“끝날 시간 얼마 안 남았다고 안 바꿔주시잖아.”
“아하, 아까 뒤에서 소리 난 게 그 대화였니? 근데 바꿔주셨던 거 같던데?”
“그랬지, 내가 계속 우기니까 마지못해 바꿔주셨지. 그래서 21번은 마킹을 다시 해서 맞았어.”
“근데 뭐가 문제야?”
“그런데....”
“?”
“23번 문제를 잘못 체크했지 뭐야.”
“23번?”
“응,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마킹하다가 실수를 했어. 히잉!”
“그럼 도대체 몇 개나 틀렸는데 그래?”
“23번만 억울하게 하나 틀린 것 같아”
“!”
“진짜 짜증 나! 23번만 실수 안 했으면 수학도 100점인데!”
말을 마친 명화가 다시금 책상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 정말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이걸 입을 찢어 놓을 수도 없고. 누군 지금 반타작을 했을까 말까인데 수학 한 개 틀린 게 엎드려 울 일인가. 물론 열심히 공부한 명화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도 이건 아니다. 그럼 “공부 한 개도 안 했어”라고 뻥이나 치지 말던지. 진절머리 나는 뇬! 이젠 저 애한테 신경 끄기로 했다. 내 코가 석자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내일이면 중간고사가 끝난다. 까다로운 과학시험이 남긴 했으나 마음은 편했다. 어차피 과학은 다들 헤매는 과목이니 평균 이상만 해도 괜찮을 듯했다. 꼼짝 않고 두 시간을 공부했다.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가벼운 마음에 책장이 잘 넘어갔다.
다음 날, 과학시험 시간이 다가왔다. 내 나름대로 준비는 했지만 역시 과학은 버거운 과목이다. 나는 슬쩍슬쩍 책상 위에 곁눈질할 내용들을 써놓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아이들도 책상에 부지런히 볼펜질을 해댔다.
얼마 후 감독관 선생님이 들어왔다. 그런데 저 분이 누구인가. 깐깐하기로 유명한 불독 학생주임이다. 불독 닮은 얼굴에 꼬장꼬장하기가 쇠꼬챙이 같은 선생님이다. 이 분의 감독 스타일은 특이하다. 시험 시작 전 무작위로 자리를 바꿔 앉게 한다. 책상에 내용 써놓은 걸 무력화하고 주변 애들끼리 짜고 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제기랄....’
내가 책상에 써 놓은 것들도 무용지물이 됐다. 이제 내가 기댈 수 있는 건 하나다. 명화나 혜민이처럼 공부 잘하는 아이가 내 근처에 앉는 것이다. 내 시력은 2.0 이니까.
나는 자리배치를 기다리며 마음을 졸였다. 올레! 기대했던 대로 명화가 내 근처로 온다. 운이 좀 따르려나? 에이, 좋다 말았다. 명화는 맨 뒷자리에 배정을 받았다. 뒤에 앉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학생주임 쌤이 노려보는 앞에서 고개를 뒤로 돌려가며 부정행위를 할 순 없으니까.
명화 바로 앞자리에는 하린이가 앉았다. 하린이는 착하긴 한데 공부를 못 하고 조금 맹한 구석이 있는 아이다. 어찌 됐든 무작위 배치로 인해 ‘공부최약’과 ‘공부최강’이 앞뒤로 앉게 되었다.
시작종이 울리자 선생님이 시험지를 나눠주었다. 시험지는 두 장이었다. 과학이다 보니 그림과 그래프가 군데군데 포함돼 출제 지면이 많이 필요했나 보다. 문제는 모두 33개 였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문제들을 읽어 내려갔다. 어제 공부를 좀 해서일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꽤 나왔다. 전반적으로 문제도 어렵지 않았다. 사회와 수학을 어렵게 내서인지 과학은 난이도를 조정한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70점 이상도 가능할지 모른다. 나는 므흣한 미소를 지으며 답안지에 마킹을 채워나갔다.
딩동댕동!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잘 치렀건 못 치렀건 상관없다. 이 순간 이후 자유를 만끽하리라. 주위를 둘러보니 친구들 표정도 밝다. 그리고 명화는? 명화야 뭐.... 으레 그러하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과학 다 맞은 것 같아”라고 주위 친구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 알았다. 너 잘났다. 난 이제 너한테 신경 끄기로 했다. 오늘은 오늘의 해가 떠 있다. 즐길 권리는 공평하다. 교문을 나선 나는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게임방에서 재미있게 놀았다.
그리고 이틀 후,
각 과목마다 시험 점수 발표가 있었다. 우리 학교에선 시험 채점이 끝난 과목은 그때그때 점수 발표를 한다. 번호와 이름을 부르면서.... 여기에 대해 반발도 있지만 교장선생님은 꿋꿋하시다. 창피하면 공부하라! 이게 우리 학교의 모토다.
1교시엔 국어, 2교시엔 영어 점수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3교시 과학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이 점수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조금 의외였다. 마지막 시험과목이라 채점이 늦을 줄 알았는데.... 어쨌든 우리는 침을 꼴딱 삼키며 귀를 세웠다.
“1번 정희라 64점, 2번 임태리 58점, 3번 서채이 85점, 4번 유명연 43점, 5번 김서연 67점....”
점수 발표가 날 때마다 아이들의 환호 또는 탄식이 이어졌다. 과학 선생님은 계속 발표를 이어갔다.
“12번 이혜민 94점, 13번 피성희 88점, 14번 정영주 73점...”
까다로운 과학 시험치고는 점수들이 괜찮은 것 같다. 자, 그리고 다음은 바로 15번 명화의 점수 발표 차례다. 재수 재수 왕재수! 아마 100점을 받았으리라.
“15번 제갈명화....”
그런데 선생님이 명화 점수를 부르려다 눈을 비비신다. 눈이 침침해지셨나.
“15번 제갈명화?”
다시금 명화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선생님, 대체 왜 저러시지? 선생님은 점수 발표를 하려다 말고 갑자기 명화를 쳐다보셨다.
“명화야”
“네?”
“너, 과학 공부 안 했니?”
선생님의 질문에 명화는 당황했다.
“왜요? 제가 가채점해봤는데요. 다 맞은 걸로 나왔거든요.”
“그런데 여기 점수표에 네 점수가...”
“제 점수가 왜요?”
명화의 목소리 끝이 올라갔다. 반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선생님의 입으로 쏠렸다.
“네 과학점수가... 76점으로 나왔구나. 쩝.”
“네에?”
명화가 놀랐다. 선생님도 놀라고 우리들도 놀랐다. 명화가, 천하의 제갈명화가 70점대 점수를 받다니. 명화의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 명화의 얼굴이 굳어질수록 아이들은 입을 실룩거리며 좋아했다. 평소 명화의 내숭에 질려 있었다는 방증이다.
“말도 안 돼요! 다시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명화가 목소리를 높였다. 선생님은 다시금 입을 쩝쩝거렸다.
“쩝, 글쎄다. 아무리 봐도 76점이구나.”
“선생님, 뭔가 잘못됐어요! 제가 직접 시험지와 답안지를 확인해야겠어요. 앙앙!”
결국, 명화가 울음을 터뜨렸다. 선생님도 당황했다.
“명화야, 진정하렴. 그래, 네 말대로 뭔가 잘못됐겠지. 네가 작성한 답안지는 교무실에 있으니 수업 후에 같이 확인하자꾸나.”
선생님은 명화를 달래며 나머지 점수 발표를 이어갔다. 발표가 끝난 후에도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선생님은 수업 대신 자율학습으로 시간을 때웠다.
딩동댕동,
과학시간이 끝났다. 명화는 퉁퉁 부은 얼굴로 과학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갔다. 우리들은 삼삼오오 모여 명화의 점수에 대해 얘기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다 맞았다고 자랑하는 거 들었거든.”
“나도 들었어.”
“혹시 과학 공부 안 했으면서 시험 잘 본 척 거짓말한 게 아닐까?”
“에이, 명화가 그럴 리가 있니. 걔가 공부 다 해놓고 안 했다고 숨기는 스타일이지 공부 안 해 놓고 시험 잘 봤다고 거짓말하는 타입은 아니잖아.”
“하긴....”
“그리고 아무리 시험을 망쳤어도 명화가 70점대 점수받는 거 봤니?”
“맞아. 점수 발표가 잘못된 것 같아”
“그래. 내 생각도 그래.”
대화를 마친 우리들은 점수 발표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속으로야 얄미운 명화의 점수가 76점으로 굳어지길 바랐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 명화는 교무실에서 실제 점수를 확인한 후 “나 100점 맞은 거 맞거든!”이라고 외치며 의기양양하게 들어올 것이다. 그 재수 없는 얼굴을 봐야 하다니 다시금 속이 쓰렸지만, 나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현실로 닥칠 일은 현실로 받아들이는 게 현명하기에.
그렇게 쉬는 시간이 절반 이상 흘렀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교실 뒷문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야, 윤하린! 하린이 이 멍충이 어디 갔어!”
교무실에서 돌아온 명화가 목청이 찢어질 듯 소리를 질러댔다. 저렇게 소리를 지른다는 건 뭔가가 확실히 잘못됐다는 거다. 그나저나 하린이를 왜 찾지. 우리 반 꼴찌 윤하린. 과학시험 시간에 명화 앞자리에 앉았던 하린이, 하린이가 뭘 어쨌다고? 나도 고개를 돌려 하린이를 찾아보았다. 자리에 없었다. 화장실에 간 모양이었다. 잠시 후 볼 일을 마친 하린이가 교실 앞문으로 들어왔다. 하린이를 본 명화가 잡아 죽일 듯 달려들었다. 놀란 나는 명화의 허리를 잡았다.
“명화야, 진정해. 대체 왜 그래?”
“놔, 이거 놔!”
“참아. 왜 하린이한테 그래?”
“저...저 멍청한 것 때문에!”
명화가 소리 지르며 하린이를 쏘아봤다. 잔뜩 겁을 먹은 하린인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문 주변에서 머뭇거렸다.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하린이를 달래며 자리로 데려갔다. 나는 명화의 등을 살살 두드리며 자리에 앉게 했다. 명화는 분함에 몸을 떨고 있었다.
“허엉, 난 몰라...!”
“명화야, 너 왜 그래? 점수가 76점이 맞아?”
“.........”
“진정하고 말해봐 뭐가 문제야?”
내 질문이 이어지자 명화는 씩씩거리며 답변을 시작했다.
“시험문제가 33문제여서 시험지를 두 장 나눠줬었다면서?”
“그래, 그랬지.”
“난 한 장밖에 못 받았단 말이야. 거기에 25문제만 있길래.... 힝힝, 어떡해!”
명화가 책상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 듣고 보니 웃기는 상황이었다. 전통적으로 과학시험은 25문제 또는 33문제가 출제돼 왔다. 25문제가 출제되었을 경우엔 한 문제당 4점씩 배점해 100점 만점이 되고 33문제가 출제되면 한 문제당 3점씩 배점해 100점 만점이 된다.
이번 과학시험에선 모두 33문제가 나왔다. 첫 번째 시험지에 25문제가 출제됐고 두 번째 시험지에 나머지 8문제가 추가됐다. 그런데 감독관 선생님이 깜빡하고 명화네 줄에 시험지를 한 장 모자라게 배포한 것이었다. 알다시피 과학시험 때 명화는 맨 뒷자리에 앉았다. 바로 앞 하린이는 자기까지만 시험지를 받고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럴 경우 보통은 선생님께 “한 장 모자라는데요”라고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공부에 도통 관심이 없는 하린이는 시험지가 한 장이건 두 장이건 별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시험지를 한 장만 받은 명화는 그 한 장에 정확히 25문제가 출제돼 있고 앞자리의 하린이가 추가로 시험지를 주지 않으니 25문제 100점 만점인 줄 알고 그것만 완벽하게 풀어낸 거였다. 하지만 그러면 뭐 하는가. 나머지 8문제는 그냥 0점 처리가 되고 만 것을.... 100점인 줄 알았던 명화의 과학 점수가 8개가 틀린 76점으로 쪼그라진 건 이 때문이었다.
“아흑, 아악. 난 몰라, 난 몰라!”
흥분한 명화가 온 교실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러댔다.
“어머 얘, 어떡하니....”
“진정해. 명화야.”
“담에 잘 보면 되잖아.”
아이들이 명화를 달랬다. 겉으로는 위로하는 모양새였지만 다들 삐져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명화야, 그러게 평소에 얌체 짓을 말았어야지. 호호호!
딩동댕동!
수업이 모두 끝났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하교시간이 될 것 같다. 우리에게 통쾌함을 선사한 하린이에게 뭔가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친구들은 교문 앞에서 돈을 걷었다. 그리고 학교 앞 분식집으로 하린이를 불러냈다.
“하린아, 먹고 싶은 것 있음 뭐든 시켜. 우리가 다 사줄게. 윤하린, 아자, 아자, 파이팅!”
그날 하린이는 우리의 스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