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축구 그 자체였습니다
초등학교 꼬맹이 시절
아버지가 세계 위인전집을 사오셨다
뉴턴, 모차르트, 알렉산더, 링컨....
각 분야의 위인들이 총망라돼 있었다
그중 스포츠 분야의 위인은 딱 두 명이었다
베이브루스와 펠레
그리고 위인전집에 실린 많은 사람 중
현실에서 살아 숨 쉬는 위인은 오로지 한 명이었다
펠레
도대체 그는 어떤 인물이기에
도대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을 쌓았기에
살아있는 주제(?)에 위인이 됐고
수백 년 전 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걸까
단숨에 위인전을 읽었다
펠레는 축구라는 스포츠 그 자체였다
17살에 월드컵을 들어 올린 괴물이었으며
브라질에 ‘영원한 우승후보’라는 별칭을 안긴 신화였다
이후 나는 성장했고 어른이 되었다
그때까지도 그는 살아 있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하지만 영원한 건 없으니....
브라질 시간으로 2022년 12월 29일
한국 시간으로 2022년 12월 30일
그는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떠난 게 아니다
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언제까지 존재할까
세계대전이 일어나 극소수의 인간만 살아남더라도
축구는 존재할 것이다
너른 마당과 둥그스름한 어떤 것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니까
즉, 축구는 인류와 함께 영원히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축구라는 스포츠가 없어지지 않는 한
펠레는 우리 곁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래도...
살아 숨 쉬던 위인의 타계는
적지 않은 서운함을 동반한다
아듀, 펠레
그곳에서 편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