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뭘 위한 카페 운영이었나

목표는 이루었다.

by 현말랭
청주 핸드드립카페 레귤러메이커

딱 일 년만 운영해 보자. 한 게 이제 어느덧 반년이 훌쩍 넘었다. 우리의 초심. 질 좋은 커피를 대접하자. 제대로 된 드립커피 한 잔 대접하기. 커피 한 잔으로 손님에게 웃음 주기. 이거였다. 가게를 지키면서 드립 연구도 하고, 실력도 더 높이고, 개발도 하면서 그렇게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홍보는 하지 않았다. 처음에 여러 업체에서 홍보해 주겠다고 해서 무료로 몇 번 받은 게 전부다. 홍보를 잘만 이용하면 그 또한 좋았겠지만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누군가 우연히 지나갔을 때 우리 카페를 보고 우연히 들어와 그렇게 우연히 알게 된 커피. 난 이런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누군가는 바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들 카페 차리면 홍보먼저 하는데 뭐 하는 거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식은 우리가 바라는 게 아니었다.


매장에서 자리를 지키면서 손님을 기다리는 일은 꽤 고독했다. 손님이 없으면 드립 연습을 하던지, 혼자 커피를 마시던지, 책을 읽던지, 글을 썼다. 어느 날은 손님이 뚝 끊길 때도 있었고, 어느 날은 누가 보내준 것처럼 손님이 오기도 했다. 손님이 우리 커피를 맛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 웃는 표정, 진짜 와인 같다는 말, 다른 카페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커피의 맛이라는 말을 들을 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목표를 이뤘다. 우리 커피를 좋아해 주시는 고객은 온라인으로 꾸준히 구매해 주신다. 단골도 생겼다. 이제 여기까지라고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초심도 지켰고 이룰 걸 다 이루었다. 더 이상 욕심은 없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고충들, 심적으로 고생했던 것들 다 말할 수 없다.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마주했던 손님들을 이제 우리 손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가게를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게 정리 후 제대로 된 홈바와 더 업그레이드된 장비를 가져다 놓을 생각이다. 맛있는 커피 우리만 즐기는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그럴 생각이다.


가게 운영이라는 게 각오하고 시작했지만 쉬운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만큼 값진 경험을 얻었다. 가게를 직접 운영해 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은 다를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다르다. 이런 부분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이룰 건 다 이루었다. 이번 달 안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시원섭섭할 줄 알았는데 목표를 이루었으니 시원하기만 하다.

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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