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이십 대를 보내고 삼십 대가 되니 본격 진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십 대는 자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다들 취업 준비하고 회사부터 이력서 넣고 지원하니까 나도 얼떨결에 휩쓸려 회사라는 곳에 입사하게 되었다. 받아주는 곳이 있을까 전전긍긍하던 것과 달리 어떻게 우연히 회사라는 집단에 서 일을 하게 되었고 그때 알게 되었다. 아, 나는 회사라는 세계에 발을 붙이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
나라는 사람은 회사라는 체계와 맞지 않았다. 답답하고 삭막한 공간에서 틀에 박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 자유로운 공간을 원했다. 내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고 자유롭게 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곳. 그런 곳에서 나의 적성에 맞는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문득 내가 좋아하는 커피가 떠올랐다.
그래. 바리스타가 되어보는 거야. 나의 성격은 하고 싶으면 바로 도전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이력서 먼저 돌렸다. 그러나 다시금 생각이 많아졌다. 과연 나를 뽑아 줄 것인가. 바리스타라고 일해본 기억은 대학을 다니던 이십 대 초반에 잠시 다녔던 이력이 전부였는데. 이력서를 돌리면서도 한편으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자고로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라면 커피에 대해 더 깊이 공부를 하고 직접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바리스타 2급을 수료한 나는 바로 라떼아트 수업을 하는 학원을 등록했다. 책임감이 강한 나는 이왕 일하는 거 부족한 점이 있다면 확실하게 배우고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넣어 어필하려 했던 것도 한몫했다.
그리고 며칠 후, 동네 카페 몇몇 곳에서 면접이 잡혔다. 그리고 생각보다 쉽게 일을 구할 수 있었다. 곧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고 라떼아트 학원을 다닐 것이라는 걸 어필했기 때문일까. 그렇게 해서 나는 집에서 가까운 동네 카페 두 곳에서 동시에 바리스타로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평일에 한 곳, 주말에 한 곳 이렇게.
역시 서비스직은 쉽지가 않다.
물론 쉽지 않았다.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딴 지는 몇 개월이 지난 상태였고 기계 다루는 방법도 거의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라떼 아트반이 내가 일하는 날과 거의 동시에 개강하게 되면서 기계 다루는 법, 스팀 치는 법을 처음부터 꼼꼼히 가르쳐 준 덕에 사장들은 나를 믿고 일을 맡기게 되었다. 일하는 두 곳 다 혼자 일하는 시스템이어서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손님을 맞이하고 재미있게 커피를 내렸다. 배웠던 하트 라떼 연습도 간간이 하면서.
일 했던 첫 번째 카페
첫 번째로 일했던 카페. 생각보다 메뉴가 적어서 레시피 외우기가 수월했다. 시럽 몇 펌프, 뭐 몇 스푼 이런 식으로 레시피를 공유했기 때문에 주말 하루만 일을 나가는데도 금방 일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 일한다는 점에서 서글픈 건 혼자서 모든 걸 다 해내야 한다는 점. 여기서는 오픈부터 마감까지 다 혼자 해야 해서 항상 마감 시간을 넘어서 퇴근을 했다.
일 했던 두 번째 카페
두 번째로 일했던 카페. 이 카페는 가오픈부터 투입이 되었는데 레시피가 있긴 했지만 레시피 외우기가 어려웠다. 시럽은 몇 미리 넣으라고 지시하는 레시피라서 꼭 저울을 써야 했다. 그리고 사이드 메뉴가 핫도그나 토스트를 파는 곳이라 주문이 들어오면 손이 많이 가서 힘들었었다. 손을 자주 데이기도 했다. 신규 매장이라 신경 쓸 것도 많았고 레시피 정립이 안 되어 수시로 레시피가 바뀌기도 했다. 스케줄 변동도 자주 있어서 은근 신경 쓰이기도 했다.
이렇게 두 곳을 다니며 저녁에는 라떼 아트 수업을 다녔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게 되었다. 라떼 아트 학원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