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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말랭 Oct 31. 2023

길 위에서 과거의 나를 발견하다.


과거의 나


출근길에 나와 똑같은 모습인 나를 마주했다. 순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니 네가 어떻게, 왜, 여기에. 찢어져 어디로 정착할지 모르는 방랑자처럼 떠돌던 내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힘없이 꺼진 곳은 차디찬 바닥. 하필이면 찻길에 떨어져 지나가는 차바퀴에 짓눌리고 또 짓눌려 짓이겨지다 못해 눌어붙었었지. 회복이 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나. 산산조각이 나버린 나. 그것과 마주했다. 누군가 너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예전의 나를 딱 저렇게 생긴 종이라며 덤덤히 비유했고 난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몇 년 후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나와 마주했다.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닌데. 나는 많이 바뀌었는데. 과거의 나는 여전하구나. 하긴 그것도 나였으니까. 현재에서 는 과거의 나. 알고 봐도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과거의 나는 많이 아팠구나, 무너졌었구나. 그래도 지금은 괜찮으니까. 조각났던 나는 따뜻한 손길로 잘 붙여져 지금은 어느새 어엿한 하나의 종이가 되었단다. 많이 힘들었을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잠시 출근을 잊은 채 저 종이를 한참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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