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곁에는 누가 있는 지가 시간관리의 핵심열쇠가 된다
예전에 ‘해피투게더’라는 예능에서 ‘보고싶다 친구야’라는 컨셉으로 출연자들이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미션을 수행하게 한 적이 있다. 음식의 재료를 지인들에게 사오라고 시키는 것인데 연예인들의 인맥과 그 인맥의 의리를 보여주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우울한 밤에 전화한다면 달려와 줄 사람이 있다면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인지도 모른다. 달려와 줄 수 없더라도 전화를 받아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예전에 우울한 날에 핸드폰 전화번호 목록을 살펴보다가 더 외로워진 적이 있다. 저장된 전화번호는 450개가 넘었지만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내가 가진 인맥에 대해 고민해보았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도 됐었다.
사람은 수많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산다. 사람이 가진 역할은 하나가 아니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사업파트너, 누군가의 동료 등... 그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마련이고 인맥이 뻗어나가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광범위한 인맥 중 빈번히 만남을 갖거나 도움을 주고받는 인맥은 상당히 적다. 때문에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즐겁지 않거나 의미 없는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면 시간적으로 상당히 마이너스가 되는 일이다.
디톡스는 해독이란 뜻으로 몸속에 축적된 독소를 뺀다는 의미인데 인맥도 마찬가지로 당신에게 독이 되거나 감정에 해를 미치는 사람들은 과감히 잘라버려야 한다. 여태까지 지내온 시간이 아까워서 인맥을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정리되지 않은 불필요한 인맥은 앞으로도 당신을 따라다니며 당신의 시간과 감정을 소모시킬 것이 분명하다.
다음은 인맥디톡스를 위한 질문리스트이다. 질문리스트를 참고해 자신만의 인맥관리기준을 세워보자.
<인맥 디톡스 질문리스트>
당신의 목표와 가치관을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는가?
만나면 즐겁거나 or 편안하거나 or 행복감을 주는가?
당신과의 약속시간을 잘 지키는가?
당신이 상대에게, 상대가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인가?
당신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기꺼이 도움을 주려는 사람인가?
상대와 인맥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의 질문리스트 중에 하나라도 명확히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다면 그 인맥은 당신이 안고 가야 할 목록이 된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인맥이라면 적당한 거리를 통해 당신의 정력과 시간을 아끼는 게 좋다.
내가 ‘작가’에 대한 목표를 밝혔을 때의 일이다. 17년 넘게 친하게 지내온 친구와 동호회에서 알게 된 5년 된 지인, 첫 회사에서부터 친하게 지낸 11년 된 동료의 반응은 달랐다. 17년 지기 친구는 니 나이가 몇인데 그런 허황된 꿈을 꾸냐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이 최근에 힘들었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5년 된 지인은 대수롭지 않게 “그래?”하고 말했지만 생일날 꿈을 응원한다면서 내 이름의 이니셜이 새겨진 수제 펜을 선물해주었다. 11년 동료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자신이 직접 표지를 만든 필작노트를 주었다. 질문리스트의 첫 번째 물음이었던 ‘목표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응원해 준 것은 가장 시간을 오래한 친구가 아니었다. 17년 된 친구는 늘 자신의 이야기만 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적이 없었고 자신의 힘든 감정과 자신이 처한 상황만을 일방적으로 내뱉고 위로를 원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지만 내가 그토록 고민하고 원하는 일에 대한 존중조차 없었다. 결국 미래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그 친구와의 인연을 정리했다. 그동안 함께 해왔던 시간이 아까워서 끊지 못하는 관계는 당신의 평생인맥목록에 이름을 올려서는 안 된다.
어렸을 때는 누구와도 친구가 되고 많은 친구가 있는 것이 자랑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구와도 친한 것은 모두와 친하지 않은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만나고 나서도 허전한 마음과 깊이 공감할 상대가 없다는 것은 제대로 된 인맥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반증이 된다. 손가락으로 꼽을만한 정도의 인맥이라도 깊이가 있다면 인생에 훨씬 유익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면 인맥보톡스는 왜 필요한 것일까?
주름을 없애기 위해 정제된 독소를 주입하는 보톡스처럼 당신의 커리어와 목표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을 인맥목록리스트에 추가하는 일은 시간관리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단순히 감정과 공감을 필요로 하는 정서적 인맥이 아니다. 인위적으로라도 만들어야 하는 당신의 일 혹은 경력에 필요한 인맥이고 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인맥에서 커리어에 도움을 받는 일은 무척 많다. 회사에서도 인맥을 통해 소개를 받고 직장을 옮기거나 좋은 기회를 잡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업계는 그 안의 네트워크를 들여다보면 상당히 좁다. 입소문과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인맥을 통해 많은 것들이 이루어진다.
프리랜서의 경우는 좀 더 네트워크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하는 지에 대해 잘 아는 지인이 일을 물어다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개발 쪽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이 하는 일의 80%이상이 모두 인맥을 통해 진행된다고 한다. 강사도 마찬가지다. 기업 강의의 상당부분이 기업들 간의 입소문과 인맥을 통해 섭외가 이루어진다. 교육업체들도 대부분 새로운 강사가 필요하면 기존 강사의 인맥을 통해 수요를 해결한다. 취업사이트에 올라오는 강사채용보다 올라오지 않는 네트워크 채용이 훨씬 더 많다.
때문에 업무적인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필요한 인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인맥보톡스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자신이 속한 업계와 관련한 모임이나 카페 등에 가입해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 아니면 하는 업무와 관련된 기존에 알고 지내던 지인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도 있다. 스터디 형식으로 주체가 되어 업계와 관련된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여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도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고 원동력을 얻기도 한다. 스티브잡스가 펩시콜라의 사장이었던 마케팅의 천재 존 스컬리를 자신의 인맥 안으로 밀어 넣은 것처럼 당신도 목표와 커리어를 함께 할 인맥을 당신의 인생 안으로 들여 놓아야 한다.
*위 글은 미래경제뉴스(http://www.mirae.news/news/curationView.html?idxno=4578)에 먼저 기고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