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엔 외제차가 넘쳐나고 사람들의 손과 어깨에 명품백이 들려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오늘,
물질적 풍요와 정신의 빈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입니다.
아메리칸싸이코, 2000년,메리해론감독
아메리칸싸이코는 금융가의 CEO인 패트릭이 자신 주변의 인물과 불특정한 인물들을 살해하면서 그려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의 상징,패트릭
아메리칸싸이코의 주인공 패트릭은 부유층의 대표적 캐릭터입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회사에서 음악을 듣고 시간만 때우는 전형적 재벌2세죠. 몸매관리를 하며 자신에게 감탄하는 건방짐과 온 몸에 명품을 휘감은 물질만능주의를 적나라하게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가 동료를 살해한 이유는?
패트릭은 친구 폴을 살해하게 되는데요. (이건 스포가 아니랍니다) 그 이유가 기가 막힙니다. 한 가지는 그가 패트릭보다 더 좋은 명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패트릭이 새로 판 명함을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였지만 폴의 명함에 밀려 주목받지 못합니다. 패트릭은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또 한가지의 이유는 폴이 자신이 번번이 예약에 실패하는 고급 레스토랑의 단골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황금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상징다운 행동이죠?
고독, 현대사회의 민낯
이 영화는 황금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낳은 또 다른 반작용인 고독과 단절을 보여줍니다.
패트릭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기대지 못합니다. 자기 말만 늘어놓는 약혼녀는 물론이오,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는 친구들은 서로에게 깊은 관심조차 없습니다.
그저 서로의 명함과 재력이나 신변잡기를 논하는 그런 관계일 뿐입니다.
특히 폴은 패트릭의 이름조차 모릅니다. 사실 친구라 부를 수도 없는 사인거죠. 약혼녀도 패트릭이 살인충동이 사그라들지않는다고 말하지만 관심이 없습니다. 공허하고 단절된 대화들만 있을 뿐이죠.
패트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약혼녀가 있지만 친구 약혼녀와 바람을 피는데요. 그녀가 우울증에 빠져 대화를 시도해도 제대로 듣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친한 척, 관심있는 척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진정으로 무관심한 현대사회를 잘 보여줍니다.
인상깊었던 씬 중 하나는 패트릭이 사람을 죽여 가방에 넣고 옮기다가 지인을 만나게 되는 장면인데요. 그 지인은 패트릭의 가방을 보고 묻습니다. 어느 브랜드냐고 말이죠. 패트릭은 대답합니다.
"장 폴 고띠에"
당신의 정신은...안녕한가요?
여기서부터는 결말에 대한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패트릭은 폴을 살해한 후에도 계속 살인을 합니다. 하룻밤 상대나 매춘부 등등 그 상대는 계속 늘어가죠. 매춘부가 집에 있던 시체를 발견하고 도망치는데요. 전기톱을 든 채로 그녀를 쫓는 패트릭의 모습은 광기에 휩싸여보입니다. 패트릭은 매춘부까지 죽이고 자신의 변호사에게 사람을 죽였다고 전화를 겁니다. 거리에서 경찰과 마주친 그는 궁지에 몰려 경찰까지 쏴죽이고 맙니다. 그리고 자신의 회사로 도망가게 되는데요.
이상하게 다음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패트릭은 여느 때와 같이 친구들과의 진정성없는 대화에 껴있다가 변호사를 발견하고 그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들었냐고 묻습니다. 시큰둥한 변호사에게 자신이 폴과 다른 사람들을 죽였다고 말하지만 변호사는 자신이 폴과 만났다며 패트릭에게 무심합니다.
이제부터 결말입니다. 패트릭의 비서는 사무실에서 패트릭의 노트를 발견하는데요. 우리가 본 영화 속 살인은 패트릭의 머릿 속 작품, 즉 상상이었다는 게 밝혀집니다. (아무렴요. 온 동네 사람들 다 죽이고 다닐 기세였는데요. 현실이라면 너무 참혹...)
그러나 상상이었냐 현실이었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현대사회의 메마르고 공허한 정신이 사람들을 좀먹는다는 게 핵심입니다. 패트릭은 어쩌면 당신과 나,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지도 모르니까요.
위 장면이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끼를 들고 선 패트릭은 겉으로는 여전히 고급지고 멋스럽습니다. 그러나 도끼에 비춰진 모습은 이그러진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거죠.
겉으로는 안녕하고 풍요로운 시대, 정신이 메말라간다고 느낀다면,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