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영화 유리고코로

by 밑줄긋는여자

삶은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을 쉬게 할 안식처가 필요하죠.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일본 영화 '유리고코로'입니다.


유리고코로,2017,쿠마자와 나오토 감독작품

Screenshot_20190120-015152_NAVER.jpg 영화'유리고코로'포스터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결혼을 앞둔 료스케가 우연히 아버지 집에서 어머니가 쓴 노트를 발견합니다. 그 노트의 스토리를 따라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죠. 유리고코로는 료스케의 어머니 미사코가 어린시절 유리도코로(마음의 안식처)를 잘못 알아듣고 사용하는데서 따온 말입니다.


시작은 강렬하게, 끝은 애달프게

Screenshot_20190120-015244_NAVER.jpg 영화'유리고코로'중에서

영화는 초반부에 몰입도가 굉장합니다. 결혼을 앞둔 료스케의 약혼녀가 사라지고 아버지의 집에서 발견한 노트에선 자신의 살인을 기록한 누군가의 일기가 나옵니다. 살인의 구체적인 상황이 화면으로 흘러가며 압도적인 강렬함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스릴러적 흐름이 로맨스와 애달픈 비극으로 버무려집니다. 영화를 따라가는 관객에게 충분히 안타까운 마음과 복잡한 심경을 갖게 하죠.


사이코패스를 담다

영화에서는 사이코패스에 대해 다룹니다. 일기형식을 빌려 한 여인이 소녀시절부터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살인이 유일한 기쁨을 주는 행위라는 걸 보여줍니다.

자신을 그나마 받아주는 친구를 죄책감없이 고의적으로 물에 빠뜨려 죽이는가 하면 하수구에 빠진 모자를 건지려던 소년을 돕는척하며 무거운 철판을 고의적으로 내리쳐 죽이기도 합니다. 섬뜩한 살인의 장면들이 그녀의 무표정함 속에서 소름끼치게 다가옵니다. 그녀는 누군가를 죽여야만 마음의 기쁨이나 위안을 얻습니다.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사이코패스였던 미사코의 삶도 고달프고 외롭습니다. 그녀는 자해를 하며 위안을 얻는 친구를 만나 잠깐의 위안을 얻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자해를 하지말자고 약속받고 자신도 그녀가 자해하지 않으면 살인을 참겠다 다짐하죠. 그러나 친구는 자해하는 걸 참지 못하고 미사코는 친구를 죽이며 살인을 멈추지 못합니다. 물론 사이코패스인 주인공의 유일한 안식처가 살인이었다고 해서 그녀의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절대로 없습니다. 그녀는 유리도코로를 유리고코로라고 잘못들은 것처럼, 잘못된 것을 자신의 안식처로 삼아버린 거니까요. 무분별한 살인과 정신이 병든 사람들이 늘어나는 오늘날,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사이코패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삶은 안식처를 찾아가는 과정

Screenshot_20190120-015302_NAVER.jpg 영화'유리고코로'중에서

인생은 어쩌면 나의 마음을 누일 안식처를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랑할 대상을 찾고 가정을 이루고 친구를 사귀는지도요.

영화에서 미사코는 뜻밖에 안식처를 찾게 됩니다. 돈을 위해 몸을 팔던 그녀는 어느날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요. 다른 남자들처럼 돈으로 욕망을 사려하지 않고 돈이 필요하다는 여자에게 있는 돈을 스스럼없이 건네는 남자에게 미사코는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됩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이 도와주는 척하며 하수구 철판을 내리쳐 소년을 죽일 때 소년을 순수하게 도우려다 과실치사로 몰리게 된 남자라는 걸 알게 됩니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남자는 소년을 죽였다누 죄책감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여자를 품지도 못할만큼 망가졌죠.

남자는 미사코가 임신한 걸 알게 되자 자신의 아이도 아니지만 결혼해 그 아이를 키우자고 합니다. 그렇게 결혼한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그리고 아이와 꾸며가는 가정이라는 틀 안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서로에게 안식처가 되어주죠. 미사코는 그제서야 살인이 아닌 다른 것으로 처음 기쁘다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안식처는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이코패스도 후천적으로 감정과 공감이라는 것이 생길 수 있는 걸까요? 영화는 뜻밖에 무척 고민스럽고 심오한 의미와 질문들을 던져줍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될까요? 영화는 그것이 사람. 그리고 사랑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미사코가 사이코패스였다 하더라도 진심으로 자신에게 다가왔던 선한 남자를 통해, 그의 사랑을 통해 살인이 아닌 사랑으로 삶을 채우게 되니까요.


살인자의 피? 그런건 없다.

살인자의 피는 대물림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다는 걸 영화는 보여줍니다. 미사코의 아들 료스케는 어머니의 살인고백일기를 보며 자신이 살인자의 아들이란 것에 분노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살인자의 피를 물려받았으니 살인을 할 것이라고 믿죠. 때마침 야쿠자에게 끌려간 약혼녀를 구하기위해 그들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러나 그는 살인자가 아니었고 살인의 유전자따위는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여운이 무척 강하고 마음이 복잡해지는 영화입니다.

심신미약자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잔인하거나 폭력적이어서가 아니라 멘탈이 흔들릴 수 있는, 마음이 소용돌이 칠만큼 강렬한 영화니까요.

그럼에도 참 괜찮았던 영화, 유리고코로였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심장이 뛰는 음악영화,보헤미안랩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