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복잡하고 뇌를 비우고 싶은 그런날 추천하고 싶은 B급 냄새 솔솔~풍기는, 그러나 끝장나게 재미있는 영화 '지구가 끝장나는 날'입니다.
지구가 끝장나는 날, 2013년, 에드가 라이트감독
지구가 끝장나는 날은 고등학생 때 소위 잘 나갔던 게리 킹(사이먼 페그)이 그 시절 친구들을 불러모아 고향에 가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똘끼가득 주인공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골 때리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알콜치료집단상담 중에 고등학교 졸업 때 마을의 모든 술집의 술을 마시겠다는 술집순례가 실패했다는 얘기가 나오자 그 시절 친구들을 무작정 찾아갑니다. 다시 못다한 술집순례를 하자고 말이죠. 그 과정에서 거절하는 친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살아계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거짓말도 서슴치 않습니다. 게다가 친구들에게 빌린 돈도 제대로 값지 않았죠. 뭐 하나 괜찮은 구석이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그게 이 영화를 이끄는 힘이 됩니다.
기상천외한 상상력
어찌어찌 친구들을 모아 고물차로 도착한 고향의 모습은 뭔가 이상합니다. 묘하게 부자연스러운 행동들과 자신을 못알아보는 사람들. 그러다 게리는 술집 화장실에서 한 학생과 시비가 붙는데요. 몸싸움 중에 상대에게서 피 대신 파란잉크가 뿜어져나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고향사람들은 대부분 파란잉크기계로 대체된거죠. 그런데다 원래 모체가 되는 인간의 기억은 가지고 있고 몸이 절단되도 다시 살아나며 파란 불빛으로 게리 킹 일행을 찾아다니는 등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거침없는 스토리, 액션
이 영화의 큰 매력 중 하나는 거침없다는 겁니다. 화면이 빠르게 연이어 보여지는 모습이나 꽤나 폭력적인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폭력을 파란 피나 주인공의 허무맹랑한 행동들로 유쾌함을 더해 거부감없게 만든 게 인상적입니다. 파란 피가 낭자하고 분리된 팔,다리, 심지어 머리가 굴러다녀도 시원시원합니다. 거기에 주먹다짐과 주변사물을 거침없이 사용하고 깨부수는 액션까지 모두 담아냈습니다.
게리 킹이 고향으로 간 진짜이유
뜬금없이 못다 한 술집순례를 하겠다고 친구들을 모아 고향에 간 것도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파란잉크기계인간들이 쫓아오고 위급한 상황에서도 게리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술집순례를 기어코 고집합니다. 쟤 왜저래?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요. 영화의 후반부에 그 답이 있습니다. 친구들 중에 가장 실패한 게리는 학창시절엔 가장 잘나가던 인물이었죠. 지금의 한심하고 별볼일 없는 자신을 부정하고 과거의 멋지고 꿈많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겁니다.
뜻밖의 쌈박한 주제의식
파란잉크기계를 통제하는 시스템은 사람들의 불완전성과 실수들을 자신들이 통제하고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게리에게 잘나가던 시절의 선택적 기억만 가지고 자신들에게 흡수된 기계인간으로 살라고 회유합니다. 그러자 게리는 말합니다. "병신이 되는 것도 인간의 기본권리다"라고요. 인간이기에 실수한다고 말이죠.
무척 마음에 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으니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던 스스로의 선택과 책임이라는 겁니다. 불완전하지만 그 역시도 인간다운 거니까 우리 모두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말도 화끈하다!
영화의 결말도 범상치 않습니다. (스포 나갑니다~~)
결국 게리와 친구들의 항변 덕에(응? 의외로 시스템이 말싸움에 약합니다ㅋ) 지구를 떠나버린 시스템. 지구는 문명 이전 시대처럼 회귀합니다. 거기다 남아있던 파란잉크기계사람들은 나름대로 지구에 적응해 인간들과 살아갑니다. 게리요? 그는 기계인간 몇명과 무리를 만들어 고등학교 때처럼 대장행세를 하며 자발적 병신(?!)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기대없이 봤다가 뒷통수라도 얻어 맞은 듯 너무 재미있어서 제대로 즐기게 된 영화 '지구가 끝장나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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