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밑줄긋는여자입니다:) 오늘은 영화시사회를 다녀온 리뷰를 하려고합니다. 태풍 속을 우비도 우산도 없이 걷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어떤 인생은 아무런 대비조차 할 기회를 얻지못하고 살아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절망끝에서 희망을 갈구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갤버스턴'입니다.
(리뷰에는 주관적 해석 및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갤버스턴'
로이는 조직에서 보스의 지시에 따라 궂은 일을 처리하며 살고 있습니다. 폐에 이상이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절망스러운 때에 보스는 일을 맡기는데요. 알고보니 보스가 그를 죽이려던 함정이었고 빠져나오던 중에 현장에 묶여있던 소녀 '록키'를 구해 함께 도망치게 됩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도피중에 일어나는 사건과 감정을 따라갑니다.
#영화의 온도
영화의 온도는 무척 차갑습니다. 범죄조직과 해결사.그 이름만으로도 영화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같은 부류의 영화라도 시원한 총질과 액션, 경쾌하고 밝은 온도의 범죄액션도 많죠. 그러나 이 영화를 그렇게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다간 잔뜩 우울함만 얻고 나올지도 모릅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무게. 가진 것 없고 선택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의 수레바퀴를 함께 따라가다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온도가 이렇게나 지독하게 거칠고 서늘할 수 있구나 하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온도는 때때로 따스함을 지닐 때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절망만을 얘기하진 않거든요. 그 온도를 느끼며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금세 결말까지 닿을겁니다. (영화 러닝타임이 짧은 것도 있죠 ㅎ)
#비극의 실타래
로이와 록키의 비극은 어디서 시작되는 걸까요. 로이의 과거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 역시도 곁에 아무도 없습니다. 애인도 보스에게 가 버렸죠. 설상가상 폐에 이상이 있다는 의사의 말에 분노한 로이는 제대로 설명을 듣지도 않고 나오게 되는데요. 그게 또 비극의 실타래를 더 엉키게 만듭니다. 제대로 살아볼 기회를 선택하지 못한 이유가 되거든요. 그의 선택은 후에 엄청난 비극의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킵니다. 록키는 아직 스무살도 되지 않은 소녀입니다. 그는 자신을 성폭행한 의붓아버지에게서 도망쳐 흘러다니다가 로이를 만나게 됩니다. 어린시절 집이 지옥이었던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답안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겁니다. 그녀는 로이를 만나 함께 도피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짓밟은 의붓아버지를 총으로 쏘고 자신의 세살박이 동생 티파니를 데려옵니다. 록키는 가장 따듯하고 의지가 되어야 할 집에서조차 숨쉴 수 없는 환경에서 행복의 선택권없이 살아왔늡니다. 그녀 운명의 실타래는 처음부터 완전히 엉켜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레옹의 향기? 영화를 함께 본 친구도 느꼈답니다. 어딘가 레옹의 느낌이 난다고. 저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이가 제법있는 남자와 소녀(거의 성인이지만요)의 만남과 사건. 그리고 유대감. 내용이 비슷하다라기보다는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그러나 갤버스턴 쪽이 더 무겁고 어둡습니다.
#곁의 누군가가 필요해
로이와 록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댈 누군가가 없다는 것.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 마음을 뉘일 곳이 없다는 것은 잠잘 곳이 없는 것보다 훨씬 절망적일지도 모릅니다. 처음에 로이는 록키에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의붓아버지를 죽인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복잡한 일에 엮이기 싫어 그들을 떠나버리기도 하죠. 그리고 예전 사랑한 여자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이미 그에게 일말의 감정조차없는 옛 여인은 곧 죽는다고 애절하게 말해도 냉담합니다. 로이 역시 그 어디에도 자신을 품어 줄 이가 없는거죠. 다시 모텔로 돌아가자 록키는 울면서 자신을 버리지말라고 울부짖습니다. 그리고 티파니가 의붓아버지의 성폭행에 의해 낳게 된 자신의 딸이라는 걸 고백하죠. 록키의 슬픔을 알게 된 로이는 그녀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록키 역시 로이가 숨쉬기 어려워하거나 기침을 하면서 피를 토하자 걱정하며 그를 걱정합니다. 세상 어디에도 내편이 없던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 조금씩 마음의 온기를 느끼게 됩니다.
#갤버스턴의 상징
영화를 보기전까지 갤버스턴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지명이더군요. 그런데 제목을 지명으로 했다면 거기에 분명 의도가 있을 겁니다. 주인공에게 갤버스턴은 행복했던 기억이 있는 장소. 안식처. 뭐 그런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과거 사랑했던 여인과 함께 지냈던 곳이고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조직에 쫓기면서 잠시 머무를 곳으로 선택한 곳이니까요. 그래서인지 갤버스턴의 모습은 비교적 밝고 따듯하게 보입니다. 그들이 머물던 모텔만 해도 갤버스턴에 머물기 전 들렀던 곳은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가 나지만 갤버스턴의 모텔은 햇볕이 비추고 수영장이 있는 밝은 느낌입니다. 실제로 그들은 갤버스턴에 머물면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긴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감정을 나누고 희망을 품게 됩니다.
#희망이란 존재의 무거움
사람에게 있어 희망은 어떤 의미일까요?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희망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된 것인지 느껴집니다. 로이는 록키가 살아온 힘든 과거를 알게 되면서 그녀를 안타까워합니다. 자신은 시한부인생이지만 한 번쯤 제대로 살아보고 싶었다는 그녀, 그리고 그녀의 딸 티파니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입수한 보스의 문서를 가지고 협박하여 돈을 받기로 합니다. 새로운 출발 앞에 선 로이와 록키는 데이트를 하러 갑니다. 데이트에 나서기 전 빨간 드레스를 차려입고 기분좋게 웃던 록키의 모습은 그 후에 있을 절망의 시작을 더욱 비극적이게 보이게 만듭니다. 그들의 인생에서 희망은 너무나 무겁게 가라앉아버리고 맙니다. 이 영화는 냉담하리만큼 차갑게 현실을 보여줍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미화같은 건 없죠. 주인공의 멋진 액션, 화려한 총질, 추격씬 따윈 없습니다. 힘없고 가난한 자는 끝까지 권력과 돈의 힘에 당해내지 못합니다. 후반부에 주인공이 보스에게서 도망치는 장면도 초라하고 비참한 모습을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뭔가 무겁고 어두운 감정이 드는 걸 막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 초라하고 슬픈 인생을 보아야했으니까요. 희망의 존재도 거의 보이지 않았죠. 영화는 해피엔딩이라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지키려했던 하나의 희망은 있었죠. 바로 록키의 딸 티파니입니다. 감옥에 투옥되기 전 로이는 티파니를 위해 사실대로의 진술대신 기나긴 감옥생활을 합니다. 덕분에 티파니는 다른 사람 손에 맡겨지긴하지만 잘 자라서 약혼자까지 생깁니다. 록키가 원하던 제대로 된 삶이죠. 로이와 록키의 삶은 고단하고 탈출구가 없었지만 그들이 지켜내고팠던 티파니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쉬웠다, 연기 전체적인 연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장면, 록키가 로이에게 자신들을 버리지말라고 울부짖으며 티파니가 의붓아버지의 성폭행에 의해 태어나게된 자신의 딸임을 밝히는 장면이 있습니다. 고백을 하면서 오열하는 장면이 너무 자연스럽지 않고 따로 노는 느낌이라 전혀 몰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연기는 그냥 무난한데 우는 연기가 너무 아쉽습니다.
#총평,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관찰자
영화는 볼만했습니다. 어떤 인생은 살아있는 것 그 자체로 너무나 고단하고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나 어디까지나 관찰자적으로 보였습니다. 내 입장처럼 공감되거나 몰입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저런 인생도 있구나. 하는 느낌으로 끝나는 영화였습니다.
#태풍같은 인생.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서로 맞닿아 있습니다. 태풍이 부는 장면인데요. 마지막 씬에서 로이가 태풍이 부는 바닷가를 뚜벅뚜벅 걷는 장면은 이 영화의 주제를 말하는 듯 합니다. 가장 맘에 드는 장면이기도 했네요.
이렇게 갤버스턴에 대한 리뷰를 마칩니다. 인생의 다양한 단면을 보고싶은 분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