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시한이 임박한 일을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끝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시험을 보기 위해 짧은 시간에 미친 듯이 시험범위를 공부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임박한 강의준비를 할 때에는 폭풍처럼 몰아쳐서 자료와 정보를 찾고 강의안을 만든다. ‘하얗게 불태웠다’는 말이 실감나도록 말이다.
시간이 많을 때는 이런저런 핑계와 여유로 인해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촉박한 시간 안에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엄격한 데드라인이 있는 경우는 어떻게 해서든 그 시간을 맞춰 일을 마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에너지를 발휘해 시간을 사용하게 된다. 바로 ‘데드라인의 힘’인데 이는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강의에서 팀별 미션을 해결하는 과제를 줄 때가 있다. 그럴 경우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연습할 시간을 주어 미션을 마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적는다. 그리고 본 게임에서 각 팀에게 자신들이 목표로 할 시간을 스스로 정해보게 하고 그 시간 안에 해결할 경우 100점을, 시간을 초과할 경우 -50점을 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조별로 미션시간을 정하는 데 결과는 항상 놀랍게 나온다. 가끔은 미션실패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연습기록보다 가장 많은 기록단축에 도전하는 팀의 기록단축한 시간의 폭이 제일 크다.
그것은 미션을 해결하는 데 타이트하게 시간을 설정하는 경우 그 설정한 시간안에 달성하기 위해 더 집중력 있게 몰입하기 때문이다. 몰입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반면에 연습시간과 거의 비슷하거나 연습시간보다 미션시간을 더 길게 잡은 팀은 100점을 획득할 지라도 시간단축에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그들의 미션시간은 실패한 다른 팀들의 미션시간보다 훨씬 더 길다.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도 좀더 밀도 있고 집중력 있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데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를 ‘5분 빠른 시계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데드라인을 설정할 때는 반드시 필요 시간보다 조금 타이트하게 시간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데드라인을 단축해서 정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되면 마감시한을 맞추지 못했다는 좌절감이나 무력감으로 인해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필요시간을 계산해보고 그보다 조금 단축된 시간으로 마감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강의에서 팀이 각자 정한 미션시간을 초과할 경우 -50점을 주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미션시간을 길게 잡고 성공한 팀보다 무리하게 시간을 단축해서 실패한 쪽이 더 시간관리와 목표달성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칭찬도 잊지 않는다.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일명 뽀모도로기법이다. 뽀모도로는 이탈리아 말로 ‘토마토’를 뜻하는데 1980년대 후반 '프란체스코 시릴로'(Francesco Cirillo)가 토마토 모양으로 생긴 요리용 타이머를 이용해 25분간 집중 후 휴식하는 일처리 방법을 제안한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이는 정해진 데드라인의 타이머를 이용해 뇌에 적절한 각성효과를 주어 집중력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뽀모도로 기법의 실행은 무척 간단하다.
먼저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작성한다. 그리고 25분의 타이머를 맞추고 그 시간동안 집중해서 일을 진행한다. 그리고 25분이 지나 알람이 울리면 하던 일을 중단하고 5분 휴식을 취한다. 이게 한 세트로 휴식 후 다시 반복해서 진행하면 된다. 단, 쉴 때는 일에 대한 것은 잊고 온전하게 쉴 수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도 업무효율을 위해 뽀모도로기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 8시간을 일하는 경우 15뽀모도로를 실행할 수 있다. 프리랜서의 경우는 9시부터 6시까지 회사에 잡혀있을 이유가 없으니 15뽀모도로를 실행할 필요도 없다. 각자 몰입하고 싶은 리스트를 완성할 때까지 뽀모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뽀모도로기법은 주의가 산만해서 집중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훈련이 되는데 앞서 다룬 파레토법칙을 실행하기 위한 3시간 전후의 집중력을 한번에 발휘하기 어렵다면 25분의 짧은 집중과 5분의 휴식으로 몰입의 리듬감을 몸에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뽀모도로 1세트에 성공하고 나면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더 긴 몰입의 시간에 도전할 의욕도 생길 것이다.
뽀모도로 타이머는 이미 시중에 나와 있고 굳이 실물 타이머가 아니라도 앱스토어에 뽀모도로타이머로 검색하면 무료로 쓸 수 있는 앱이 있으니 자신이 편한 것으로 선택해 활용하면 된다. 굳이 뽀모도로 앱이 아니더라도 핸드폰의 타이머나 알람기능을 활용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집중하는 리듬을 몸에 익혀 적은 시간으로 더 많은 효율을 얻는 것이다.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것은 결국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의 여유와 삶의 행복을 가까이에 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