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갑의 돈보다, 시간을 귀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
소중한 많은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랑이나 우정, 행복과 만족감, 감사함과 안정감...... 보이거나 측정할 수 없는 속성을 가진 덕에 그들이 우리 곁에 있었는지, 얼마나 그것이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모른 채 지나쳐버리는 경우도 많다. 시간 역시 그렇다. 시간은 눈으로 보이지도, 측정하기도 어려운 덕에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당신의 삶에서 빠른 속도로 흘러가 버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시간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영화, 인타임이다.
돈 대신 시간을 화폐로 이용하는 영화, 인타임
당신은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생명을 지불할 수 있는가?
‘인타임’은 시간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세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모든 비용을 돈 대신 시간으로 계산한다. 노화가 정복된 가까운 미래, 25세까지 성장한 모든 사람들의 팔에는 ‘생체시계’가 새겨지고 1년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시계에 남은 시간이 0이 되면 죽는다.
커피 한 잔에 4분, 버스요금 2시간, 스포츠카 59년 등 모든 가치는 시간으로 환산된다. 사람들은 일을 하고 돈 대신 시간을 받고, 물건을 사기 위해서도 시간을 비용으로 내야한다. 시간이 화폐로 쓰이는 세계를 다룸으로서 측정하기 어려운 시간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한정된 시간이 상징하는 무게감
“내게 당신만큼 시간이 많다면 헛되게 쓰지 않을 거에요”
주인공인 ‘윌’은 28살의 청년이다. 노동자 계층인 그에게는 시간이 촉박하다. 하루 벌어 하루를 버텨가는 가난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그는 늘 자신의 생체시계를 보고 시간을 체크하고 걷기보다 뛰는 게 익숙하다. 물론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영화에서는 생체시계가 0이 되어 쓰러져 죽어 있는 사람의 모습도 그려진다.
자신에게 남아 있는 생존가능 시간을 생체시계를 통해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시간이 없으면 곧 죽음과 연결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우리가 잊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시간이 1시간 반 밖에 남지 않은 윌의 엄마가 버스요금이 2시간으로 올라 탈 수 없게 되자 윌과 만나기로 한 정류장으로 뛰어가는 모습은 절박함과 시간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약속한 정류장에서 엄마가 내리지 않자 엄마를 찾아 뛰어가던 윌은 자신의 눈앞에서 생체시계가 0으로 변해 엄마가 죽는 모습을 맞이하게 된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에게도 삶의 시계는 시시각각으로 줄어들고 있다. 영화는 시간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무감각을 서늘하게 꿰뚫는다.
시간을 가진 자 VS 시간이 쫓기는 자
"진화가 그런거잖나. 강한 자만인 살아남는 불공평한 거지"
윌은 100년 이상의 시간을 가진 남자를 우연히 돕게 되는데 그 남자가 자살하기 전 그에게 타임존의 비밀에 대해 말하고 윌에게 남은 시간을 모두 준다. 윌은 ‘뉴 그리니치’라고 불리는 시간부자들의 도시로 가게되는데 그곳에서는 아무도 윌처럼 뛰지 않는다. 시간을 가진자들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가진 자들은 소수의 영생을 위해 자신들이 시간을 모두 소유한 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자신들만이 시간을 누리려하는 것이다. 이러한 빈부격차는 우리가 사는 현실과도 닮아 있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써야 하고 결국 돈과 시간 모두에 늘 쫓기게 된다.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이 돈을 벌어다주기에 시간적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영화는 시간의 빈부격차를 무너뜨리기 위해 주인공이 대활약을 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시간을 나누어준다. 하지만 현실에는 윌과 같은 로빈훗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버려진 시간과 흩어진 자신의 시간을 끌어모아 더 현명하게 인생을 설계해야만 한다.
시간을 장악해야 본인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만큼 사느냐가 아닌, 어떻게 사느냐
“가난하면 죽고 부자면 헛살죠.”
영화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성인들은 모두 25살의 신체나이로 살아간다. 실제로 물리적 노화는 25세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노화가 정복된, 어쩌면 우리가 겪을지 모르는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은 누구나 유한한 생명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젊게, 더 오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많은 연구를 한다.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고대 파라오가 영생을 꿈꾸며 피라미드를 쌓아올린 것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라는 한계 속에서 풀지 못한 영생에 대한 동경과 갈구가 이 영화 속에도 있다.
등장하는 소수의 시간부자들은 자신들의 영생을 위해 대다수의 생명을 희생시킨다. 그러나 정작 많은 시간을 소유한 그들은 카지노에 생명 몇 백년을 게임으로 건다. 그들에게 시간은 넘쳐나지만 그들이 쓰는 시간은 가치있어 보이지 않는다.
구글은 인간수명 500세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로 자회사 ‘칼리코’를 설립했다. 생명연장과 동시에 노화방지 및 질병퇴치를 목적으로 이미 100만명 이상의 유전자 데이터와 700만 개 이상의 가계도를 활용해 유전 패턴을 분석하고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마 인간의 생명시계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25세의 신체나이로 500살을 사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즐거운가? 혹은 너무 지루하고 힘들 것 같은가?
당장 인간 수명이 500세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평균수명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우리는 우리에게 허락된 생명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지를 고민해야 한다. 단지 시간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을 얼마나 당신의 인생에 행복과 만족을 줄 것들에 쓰기 위해 노력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시간이 결국 우리의 모든 것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킬링타임용으로도 충분히 재미 있다. 그러나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기 쉬운 시간이라는 존재가 사실 우리의 모든 것이며 우리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잇는 유일한 자원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시간은 보이지 않는다. 돈으로 계산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1분의 시간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의미없이 흘러가기도 한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색깔이 바뀌는 것이다. 당신이 시간을 지갑 안에 든 돈보다 더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