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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밑줄긋는여자 Mar 21. 2021

규칙성이 주는 선물-루틴의 법칙

코로나가 우리 일상을 지배한 지도 일 년이 훌쩍 넘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일주일에 한 번만 회사에 출근하고 나머지 5일은 집에서 재택으로 근무를 하게 된 친구가 일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녀의 가장 큰 고민은 업무의 강도가 아니었다. 일과 휴식이 혼재된 집 안에서 제대로 업무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생활패턴이 무너져 버렸다고 한다. 9시 30분부터 재택으로 업무를 시작하는데 9시 26분이 될 때까지 자다가 씻지도 않고 바로 업무에 들어가고 업무 중간중간에도 밀린 청소며 빨래를 하기도 하니 일의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일과 휴식의 규칙성이 떨어지면 일상이 무너진다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이런 고충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과 휴식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생활리듬 자체를 흐트러뜨려 심한 우울감까지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블루(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우울감을 느끼는 것)’ ‘확찐자(코로나로 집안에만 머물러 활동량 감소로 인해 살이 찌는 것)’와 같은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재택근무로 인한 시간의 자유는 시간사용계획서가 없는 이들에게는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스트레스로 다가온 것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자유를 효율적으로 재조직하기 위한 ‘루틴’의 힘이 중요해지게 되었다.


‘루틴’이란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인데 시간관리에서의 루틴은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거나 최상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습관적이고 규칙적으로 하는 일련의 동작, 절차, 마음가짐’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루틴의 힘은 오늘날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생활리듬을 다시 찾기 위해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정장을 입고 근무를 한다던가, 화장을 하고 근무를 하는 등의 나름대로의 루틴을 만들어 일과 휴식을 분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친구의 경우에도 점심시간에는 30분씩 집 주변을 산책하면서 리프레시를 하고 오후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규칙성을 부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프리랜서의 경우에는 더욱 더 루틴이 필요하다. 일하는 날과 하지 않는 날이 혼재돼 있고 누가 일을 하라고 떠미는 경우도 없다. 늘어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무기력해지고 생활리듬 자체가 무너지는 게 프리랜서의 삶이다. 시간에 맞춰 출퇴근을 하지도 않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규칙성을 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얀 캔버스 위에 직접 그리고 싶은 그림의 형태와 구도를 하나씩 설계해나가야만 한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미지:위키피디아

중학교 시절 ‘타나토노트’라는 책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사후세계를 탐사하는 내용의 공상과학소설이었는데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사고가 무한대로 확장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소설을 쓴 작가는 ‘개미’로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 나는 그 이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소설을 모두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책마다 내가 가진 생각의 틀이 깨지는 놀라운 내용들이었다. 어떻게 사람의 머리에서 저런 상상력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규칙적으로 상상력 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7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요, 아침에 4시간 글쓰기를 실천한 것은 16살 때부터입니다. 이렇게 훈련이 되다보니 아침에 집필을 시작하면 마치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듯이 글이 써집니다. 저는 한 번도 아이디어 부족으로 빈페이지를 앞에 두고 절망해 본 적이 없어요.”


그는 신, 제3인류, 잠, 기억 등 계속해서 창의적이고 놀라운 소설을 집필해내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규칙적인 습관이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목표나 성취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그것은 곧 시간을 아끼는 것으로 연결된다.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러한 ‘루틴’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올림픽 수영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박태환 선수에게도 루틴이 있었다. 그는 경기에 들어가기 전 늘 커다란 헤드셋을 끼고 있었는데 음악을 통해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트위터를 창업한 잭 도시 역시 루틴을 가지고 있는데 그는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30분간 명상을 하고 8km를 걸어서 회사에 간다고 알려져 있다.


루틴은 결국 특정행동을 하기 위해 집중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뇌에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

'습관의 고리연결을 통한 뇌학습' 


위의 그림처럼 특정한 행동 전에 규칙적인 ‘루틴’을 통해 뇌에 신호를 보내고 그것을 반복해 뇌에 패턴을 새기는 것이다. 여기에 ‘보상’이라는 걸 추가로 넣은 이유는 어떤 작업을 한 후에 그 기억을 긍정적으로 끝내려는 데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차 한 잔을 마시며 뇌에 신호를 보내고 3시간동안 몰입해서 광고주에게 줄 마케팅 기획안을 만들었다고 하자. 3시간을 열심히 몰입해 작업을 해낸 뿌듯함을 다음번에도 반복하기 위해 작은 보상을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탕을 하나 먹어도 좋고, 단지 ‘오늘 너무 잘했어. 내일도 열심히 하자’의 짧은 자기칭찬도 좋다.


나의 경우는 몰입해서 일을 끝내고 나면 10분에서 30분정도는 ‘슬램덩크’ 만화책을 본다.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한 스포츠만화를 보면서 나도 오늘의 중요한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그렇게 긍정적인 감정으로 뇌에 특정행동이 즐겁고 성취감을 준다는 것을 인식시키면 더 빠른 시간에 우리는 원하는 일을 완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이에게도 규칙성의 힘이 크게 발휘된다


육아와 프리랜서를 병행하는 나는 누구보다 ‘규칙성의 힘’을 믿게 되었다.

강의가 없는 날에는 아기와 하루 종일 함께하는데 초반에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말을 못하기에 아이가 왜 우는 지 왜 칭얼대는지 몰라 전전긍긍했고 베이비사인을 읽지 못하는 초보엄마를 둔 아이도 원하는 걸 하지 못해 힘들었다.


그러나 아이를 계속 돌보다보니 아이에게 일정한 규칙성이 있고, 그 규칙을 잘 맞춰주면 육아가 조금은 덜 힘들어지고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돌이 지나고 나서 아이는 낮잠을 하루 두 번에서 한 번 자기 시작했는데 그 시간이 들쭉날쭉했다. 그래서 아이가 같은 패턴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 날마다 11시에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서 놀아주었다. 12시가 되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잠이 들었고 이 행동을 두 달 정도 반복하고 나니 아이의 낮잠시간은 대개 12시~1시 사이로 일정해졌다. 그리고 아이의 낮잠시간은 나만을 위해 쉬거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유용한 시간이 되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나만의 ‘루틴’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이 루틴들을 자신의 성향이나 상황에 맞게 활용한다면 분명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든 루틴을 쓸 필요는 없다. 나에게 맞는 루틴을 선택적으로 이용하면 된다. 규칙성 있게 뇌에 신호를 줄 수 있는 루틴은 여러 가지가 있다. 다음 글에서 하나씩 다뤄보도록 하겠다. 


*위 글은 '미래경제뉴스'(http://www.mirae.news/)에 칼럼으로 먼저 기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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