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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Nov 21. 2018

양떼 언덕의 와일드 캠핑

2.46. 셀랴란드포스-스코가포스 

1번 도로를 달리다 보니 도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큰 폭포가 보여서 가까이 가 보았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폭포였는데 폭포의 뒤쪽으로 들어가볼 수 있는 것이 특이했다. 


엄청 젖을 것이 뻔 했기 때문에 바깥에서만 구경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곳이 셀랴란드포스(Seljalandsfoss)라고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포 중 하나였다. 특히나 폭포 뒤쪽으로 들어가서 밖을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물을 맞더라도 들어가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이곳에 정착한 정착민이 이 폭포 뒤에서 보물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한다.


1번 국도에서 보는 풍경
빙하가 녹은 시리도록 푸른 냇물


 폭포수 아래에서는 화보 촬영인 듯 얇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 모델이 꽃으로 된 장식을 머리에 두르고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추운 날씨에 좀 불쌍해 보였다.


아름다운 셀랴란드 폭포
폭포 뒤쪽으로 길이 나 있어서 뒤쪽에서도 볼 수 있다


이제 곧 저녁 시간인데 마땅히 잘 곳도 안보이고 해서 이 부근에서 잘만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폭포 뒤쪽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어서 폭포 위 쪽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잘 곳도 찾을 겸 산길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화보 촬영을 하는듯


비포장 도로인데다 거친 자갈길이어서 한 5분쯤 올라가다가 더 이상 못 올라갈 거 같아서 멈춰야 했다. 우리의 I10으로는 더 갔다간 오도 가도 못하고 퍼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를 세운 곳이 기가 막힌 절경이다. 앞은 탁 트인 벌판이고 뒤쪽은 산이었는데 차 세운 곳 옆은 텐트를 칠 수 있는 약간의 평지가 있었다. 주변은 길다란 풀로 이루어진 풀밭이었지만 두껍고 푹신한 이끼로 된 평지가 있어서 텐트 치기에는 딱 적당했다. 


셀랴란드 폭포 옆 언덕에 캠핑을 하기로 했다


풀 속에 미찌가 있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지만 바다 건너까지 날아올 힘은 없는지 이곳은 괜찮은 듯싶었다. 풀밭만 보면 반사적으로 긴장하게 되는걸 보니 미찌의 충격이 크긴 컸나보다. 


누군가 전에 캠핑한 적이 있었던 듯 돌을 동그랗게 모아서 불을 피운 흔적도 있었다. 재빨리 텐트를 치고 석양을 바라보면서 바비큐를 구워먹는 맛이 기가 막혔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와일드 캠핑이었다.  


우리의 I10이 올라가기에는 너무 가혹한 길이었다


다음날 아침 양 울음 소리에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어제도 멀리서 양떼들이 삼삼오오 돌아다니는 것을 보기는 했는데 이 언덕 전체가 양떼들의 놀이터인 모양이다. 텐트 밖에 나가보니 멀지 않은 곳에 양들이 몇 마리 있었는데 그 중 리더인 듯한 놈이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슬금슬금 도망친다. 그들 입장에서도 낯선 상황인가보다. 


아이슬란드에는 소가 거의 없고 거의 양과 말만 보인다. 바람이 너무 불고 거친 환경이라 양들은 그런가 보다 하는데 말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말 타는 사람들이 가끔 보이긴 하지만 그리 많지 않은 숫자인데… 설마 소고기 대용으로 말고기를 먹는 걸까?


누군가 불을 피웠던 흔적이 있어 그곳을 이용하기로 했다


텐트 뒤로 뜨는 아침 해. 사람은 없고 양들만 돌아다니는 곳이다.


1번 국도를 따라서 계속해서 가다 보니 스코가포스(Skogafoss)라는 폭포가 나타났다. 그런데 폭포 옆 잔디밭에 텐트가 많이 있었다. 폭포 옆에서의 하룻밤이라니.. 왠지 멋져 보인다. 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으며 여기서 자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다. 왠지 그냥 텐트를 쳐도 되는 곳 같아서 물어보니 거기도 캠핑장이라고 한다. 어제 들판 위에서 자느라 제대로 씻지 못했기 때문에 여기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물을 받아서 다시 출발했다.


스코가 포스 캠핑장. 보기엔 좋아보여도 폭포소리에 잠자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슬란드 제일 남쪽에 있는 중간 기착지쯤 되는 비크(Vik)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지도 상으로는 꽤나 중요한 곳인 것처럼 표시되어 있는데 그냥 조그만 바닷가 마을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마을과 마을 사이가 워낙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주유소가 보일 때마다 기름을 넣는 것이 좋았다. 다니는 차도 별로 없어서 잘못하면 길바닥에서 미아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고 다닌 i10은 경차에 가까운데 어찌된 노릇인지 연비가 리터당 6~7km 밖에 안 나오는 거 같아서 더 조심해야 했다. 아마도 조그마한 차에 짐을 너무 많이 구겨 넣어서 그런 거 같다. 


1번국도 주변의 풍경들


주유소에 딸린 가게에서 뭘 좀 먹을까 하고 들어가보았는데 물가가 너무 비싸서 커피만 한잔 시켜서 점원의 눈총을 받아가며 계속 리필해서 먹었다. 정차장이 모자를 하나 샀는데 노가다 아저씨들이 많이 쓰는 약간 군용모자 같은 느낌의 모자였다.  맘에 들어 하는 눈치다. 딴 건 워낙 비싸고 그나마 모자가 살만한 가격이었는데 나중에 살펴보니 역시나 made in China였다. 


비크 옷가게에 있는 트롤 상. 


계속해서 1번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했다. 저 멀리서부터 산 위의 빙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너무 신기했지만 계속 보면서 이동하다 보니 조금은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중간에 빙하가 보이는 뷰 포인트에 차를 세우고 점심 식사를 했다. 뭔가 볼만한 경치가 있는 곳에는 이렇게 돌로 된 식탁 같은 것이 있어서 쉴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잠시 멈춰서 쉬어가곤 했다.


벌판의 다양한 풍경. 이끼가 아직 자라지 않은 모습이다
여기는 이끼가 어느정도 자란 모습
완전히 이끼로 뒤덮힌 풍경
가까이서 보면 엄청난 두께의 이끼들 


특이하게 아이슬란드에는 다른 나라보다 현대나 기아 렌터카가 훨씬 많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이슬란드도 꽤 잘사는 나라니까 단순히 싸다는 이유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아마도 길이 험한 곳이 많은 특성상 고장이 안 나는 튼튼한 차가 필요한데 현대 기아차가 튼튼하고 기본적인 성능이 괜찮은 것으로 인식되어서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에 대해 내수고객을 차별한다고 안 좋은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해외에서는 나름대로 가치를 인정받는가 보다.


1번 국도 변의 멋진 풍경
검은 화산재와 자갈로 이루어진 벌판


도로 변으로 조그마한 언덕들이 수없이 많이 널려 있었는데 모양이 꼭 여자 가슴처럼 봉긋하게 생겼다. 더군다나 언덕 꼭대기는 젖꼭지 모양으로 또 튀어나와 있어서 영락없는 가슴 모양이다. 제주도에도 많은 기생화산 같은 거 아닌가 싶다.


젖가슴을 닮은 작은 언덕들


길가 쉼터의 설치 미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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