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태 Nov 29. 2018

니가스브린 빙하의 속살

2.51. 트빈데 포센-니가스브린 빙하

노르웨이가 아이슬란드보다 2시간이 빨라서 아침 10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일어나보니 핸드폰에 내 짐을 찾았으니 오라는 문자가 찍혀 있었다. 그리 멀리 헤매지 않고 금방 돌아와서 다행이었다. 어떤 사람은 짐만 세계일주를 하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공항으로 다시 가서 한참 걸려서 짐을 찾을 수 있었다. 하루가 허무하게 허비된 셈이다.


젊음을 되찾아 준다는 트빈데 폭포 물


공항을 출발해서 플롬(Flam)을 향해서 이동했다. 플롬은 송네 피요르드가 시작되는 작은 마을인데 조그만 마을에 거대한 크루즈선이 들어오는 재미있는 곳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여행자들이 베르겐에서 기차를 타고 보스, 구트방엔, 플롬 등을 거친 후 오슬로로 가거나 그 반대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코스 안에 기차, 산악열차, 버스, 페리 등 피요르드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헬싱키에 왔을 때 오슬로에서 이 코스로 베르겐까지 온 적이 있는데 볼 것도 많고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노르웨이 피요르드 중에서도 가장 크다는 송네 피요르드를 즐길 수 있는 코스이지만 사실 끝 언저리만 살짝 보는 수준이라서 노르웨이의 피요르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수라 할 수 있다.


물반 고기반 송어가 득실대고 있던 냇물. 낚시대를 던져봤지만 야속한 송어들은 도망만 다녔다.


중간에 휴게소에 잠시 들렀는데 휴게소 앞 냇물에 송어가 바글대는 것을 보고 낚시대를 던졌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워낙 물살이 빨라서 루어를 던져도 금방 떠내려 가는데 송어 있는 곳에 던져도 놀라서 도망갈 뿐이었다. 차라리 무거운 추를 달고 던져서 송어를 때려잡는 게 더 빠를 거 같았다.


뭔가 방법이 있을 거 같기는 한데 우리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노르웨이에서도 고기를 낚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빗속의 피요르드


플롬을 향해 가는 길이 비가 조금씩 떨어지더니 급기야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비가 계속해서 쏟아졌다. 지난번에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던 보스나 구트방엔도 그냥 빗속에 지나쳐 가야 했고 플롬도 마찬가지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243번 내셔널투어리스트루트로 들어가 보았다. 내셔널루트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따라서 꼬불거리는 고갯길을 올라가 보았는데 거의 동네 골목길 수준의 좁은 길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닌 것 같다. 내셔널투어리스트루트는 노르웨이 관광청에서 자기들 길 중에서 경치가 좋은 곳을 지정해 놓은 곳인데 각각 다른 테마로 다양한 경치를 볼 수 있어 내셔널루트만 보러 오는 여행객들도 있다고 한다.


고갯길을 제 집인 듯 돌아다니는 양떼


한참을 저단기어로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양 몇 마리가 길을 막는다. 차가 옆으로 지나가도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도망도 안 간다. 이렇게 맘대로 돌아다니면 주인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주인 없는 양떼던가.  


피요르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중 하나인 아울란 전망대에 올라가 보았는데, 나무로 만들어진 전망대 끝 부분이 아래로 곡선으로 휘어 있어서 가까이 가면 오금이 저려오는 아찔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끝부분이 아찔하게 휘어진 아울란 전망대. 피요르드도 아름답지만 전망대 자체도 볼거리이다.


아울란에서 한참을 달려서 트빈데 폭포(Tvindefossen )에 도착했다. 아이슬란드말로 foss가 폭포이듯 노르웨이 말로 fossen이 폭포이다. 같은 바이킹 말에서 갈려 나온 말들이라 비슷한 거 같다. 트빈데 폭포는 길 옆에 위치한 아담한 사이즈의 폭포인데 바로 옆에 캠핑장이 있어서 나름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다.


트빈데 폭포의 물을 마시면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이 어디선가 떠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들 폭포 물을 마시고 담아가고 있다. 잠시 사진을 찍고 가려는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있다.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어디를 가던 중국인들이 없는 곳은 없는 거 같다.


한적한 캠핑장의 히테를 빌렸는데 위치가 외져서 그런지 어제보다 한결 싼 가격이다. 주인 아저씨가 깐깐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노르웨이 캠핑장 주인 아저씨들은 뭔가 괴팍하고 깐깐한 사람이 많았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원래 그런 건가? 그래도 다행인건 아저씨가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날씨가 매우 맑을 것이라고 일기예보에서 얘기했다고 알려준다. 오늘도 고기를 구워서 무알콜 맥주로 저녁을 먹었다. 아무래도 무알콜이라 밍숭맹숭해서 보드카를 조금씩 섞으니 맥주 비슷한 느낌이었다.


피요르드를 건너는 페리


자고 일어나니 아저씨 말대로 오늘은 날씨가 쾌청했다. 날씨가 좋으니 덩달아 좋은 기분으로 차를 타고 롬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송달로 가는 페리를 탔다. 노르웨이를 여행하다 보면 페리를 수도 없이 타게 되는데 첨엔 뭔가 거창한 느낌이었지만 나중엔 그냥 도로의 일부분인 듯 자연스럽다.


계산도 차 안에서 기다리다 돈 받는 사람이 오면 카드로 하면 되고 차 안에서 나오지 않고 그냥 앉아있다가 페리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가면 된다. 우리 일행은 처음 타는 피요르드의 페리 구경에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나중에는 그냥 귀찮아서 그냥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송달의 그림같은 카페


송달의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장을 본 후에 니가스브린 빙하를 향해 출발했다. 송달이나 송네 같은 이름은 꼭 우리나라 부천 어디쯤에 있을 거 같은 지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멀리서는 조그맣게 보이는 니가스브린 빙하
빙하에서 녹은 푸른 물이 흐른다


르웨이의 빙하는 화산재가 없어서 아이슬란드 빙하보다 훨씬 깨끗한 느낌이다. 니가스브린 빙하는 멀리서 보면 조그맣게 보이지만 가까이로 갈수록 점점 그 거대한 규모를 느끼게 된다.


빙하 주차장에 내리면 멀리서 빙하가 보이는데 빙하 가까이로 가기 위해서는 조그마한 배를 타고 가거나 걸어서 가도 된다.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아서 걸어가기로 했는데 보기보다는 훨씬 멀고 힘든 거리이다.


빙하 앞에 있는 촛대. 아마도 빙하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듯 하다
니가스브린 빙하의 속살. 환상적인 빛깔이다


빙하가 가까워지자 빙하 바로 앞 바위 밑에 양념통인지 뭔지 모를 것이 두 개 놓여 있었는데, 빙하에 양념통을 놓고 가지는 않았을 거고 아마도 니가스브린 빙하에서 희생된 누군가를 추모하기 위한 양초가 아닐까 싶다.


빙하의 아래 쪽에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동굴이 있었는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안으로 들어가보았더니 환상적인 푸른빛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위험을 감수할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빙하 앞에 양초를 늘리고 싶지는 않아서 잠깐 동안만 있다가 바깥으로 나왔다.


빙하에서 나오는 길에 길가 벤치에서 점심을 먹었다
환상적 풍경의 피요르드 피싱 포인트. 고기는 안 낚였다.
노르웨이 길가에는 노출콘크리트로 된 북유럽 스타일의 이런 벤치들이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행은 한꺼번에 오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