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우일 Mar 29. 2020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 (2020)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는 박새로이라는 청년 사업가의 성공기에 복수라는 동기를 더한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의 본질이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에 대한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은 존재하는가?
박새로이에게는 두 명의 아버지가 있는데, 장회장이라는 원초적 아버지(지금까지의 한국의 성장주의적 자본주의 체제), 다른 하나는 박부장이라는 상징적 아버지 (인간의 삶을 관리하는 미시관리적 자본주의 체제)이다.
근본적 갈등은 장회장이라는 악과 박부장의 대리인으로써 박새로이라는 선의 대결이 아니라 한국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자본의 순환을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과거의 성장중심주의적 성격에서 인간의 생산성을 관리하고 조절하는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보수화되고 안정적으로 자본주의 체제가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청년이라는 키워드는 개방성을 의미하는 것 같은 가면을 쓰고 있지만)

이 작품의 누구도 자본 그 자체의 속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박새로이의 복수라는 동기에 가려져 자본의 새로운 출현과 변신은 정당화된다.
또한 전과자, 외국인 노동자, 성소수자, 소시오패스, 사생아 등으로 상징되는 사회의 실재적 측면은 “청년과 성장”이라는 추상적인 필터링을 거쳐서 상징계 내부에 안착한다. 포스트모던한 주체들의 다양성과 차이는 자본의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한계 내에서 보편화되는 것이다.
예컨대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구호가 보편화되고 안정화된 다문화주의로 자리한 것과 같다.
이 작품에서 박새로이의 성공은 자본의 착취를 극복한 초인의 초상이 아니라 반대로 인간의 얼굴이라는 가면을 쓰고 회귀하는 자본의 변신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 대한 열광은 자본을 향한 우리의 내면의 냉소주의와 그것에 대한 동의를 말해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과 오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