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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우일 Mar 14. 2022

소년은 그렇게 어른이 된다

-존 왓츠 감독의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2021)

  간단히 말해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한 소년이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어벤져스 시빌 워> (2016)에 스파이더맨이 등장했을 때부터 피터 파커는 토니 스타크의 후원을 받는 고등학생이었고,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2019)에서 피터 파커가 미스테리오에게 토니 스타크가 남긴 유산을 아무런 책임감 없이 넘겼을 때 그는 자신의 행동이 지닌 무게를 깨닫지 못하는 소년이었다.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도 피터 파커는 여전히 철없는 소년으로 등장한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피터 파커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누군가의 보호 대신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도래했다는 점이다. 전작의 악당 미스테리오의 계략에 의해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피터 파커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움을 받아 자신과 관련된 기억을 모든 사람에게서 지우려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문제는 피터 파커에게 도움을 주려던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문이 실패하고 차원의 문이 열리면서 다른 차원에서 스파이더맨의 적으로 활동하던 악당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샌드맨,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 도마뱀 인간 리자드, 전기인간 맥스까지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세계관에서 활동하던 악당들이 모두 한곳에 나타나면서 스파이더맨은 위기에 빠진다. 차원의 경계가 무너지고 평행우주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살던 인물들이 차원의 경계를 횡단한다는 설정은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을 흥미롭게 만든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베놈2 : 렛 데어 카니지> (2021)의 쿠키 영상에서 차원의 경계를 넘어서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베놈의 모습이 등장한 바 있다. 이 장면은 마블 유니버스가 차원의 경계를 넘어서 다른 차원의 우주로 세계관이 확장될 것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평행우주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마블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정립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는 작품이다. 피터 파커가 동료들과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했다고 해서 차원 경계가 무너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영화의 쿠키 영상이 암시한다.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 피터 파커는 지금까지 자신을 돌봐주던 메이 숙모를 고블린의 공격에 의해 잃게 된다. 메이 파커는 피터 파커에게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음을 맞는다. 그녀의 죽음은 더 이상 피터 파커를 보호할 어른의 상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소년이었던 피터 파커는 메이 파커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힘이 지닌 책임의 무게를 깨닫고 어른으로 성숙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임이라는 단어이다. 소년과 어른의 차이란 무엇인가. 바로 책임의 유무이다. 소년과 달리 어른이란 자신의 행동과 선택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주체를 의미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피터 파커의 뒤에는 토니 스타크라는 후원자와 메이 파커라는 보호자가 있었다. 그러나 토니 스타크와 메이 파커의 죽음으로 피터 파커를 보호해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세계 내에 소년은 홀로 남겨졌고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차원의 문을 닫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자신과 관련된 기억을 모든 사람들에게서 지워달라고 부탁하는 피터 파커의 결심은 소년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어른이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결과 피터 파커는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들을 모두 잃게 된 반면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신념을 품은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피터 파커 개인의 성장담이지만 진정한 스파이더맨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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