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감독의 <천박사 퇴마연구소 : 설경의 비밀> (2023)
김성식 감독의 <천박사 퇴마연구소 : 설경의 비밀>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번 작품은 후속작을 염두에 둔 빌드업을 위한 일환이다. 어떻게 천박사 퇴마연구소의 팀이 꾸려지고 주인공에게 각자 어떤 사연이 있는지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그래서 영화는 주인공 천박사를 중심으로 그가 왜 가짜 퇴마사로 활약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그가 사기꾼에서 진정한 퇴마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룬다.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 설경의 비밀>은 오컬트 장르의 무거운 분위기를 캐릭터들의 성격으로 상쇄시킴으로써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오컬트 장르에 인색한 한국의 사정을 생각하면, 이러한 시도가 무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정 장르물을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변형해 유통하는 작업은 문화 다양성을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면 과거 미국 드라마 <고스트 버스터즈> (1984)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세 명의 퇴마사가 도시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유령들을 퇴마한다는 설정의 드라마인데 최근에도 리부트된 바 있다.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도 같은 설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판 <고스트 버스터즈>의 시작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겠다. 하지만 과연 이 작품이 대중들의 눈높이를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내러티브에 있어서 진짜와 가짜 그리고 진실과 거짓 사이의 유희를 추구한다. 가짜 퇴마사인 줄 알았던 천박사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진짜 퇴마사였다는 반전이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뇌과학과 심리학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돈을 뜯는 사기꾼인 줄 알았는데, 유서 깊은 무당의 후손이었다는 반전이 영화를 코미디물에서 오컬트 장르물로 전환한다. 이처럼 코미디 장르와 오컬트 장르를 결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복합 장르물이라고 해야 하겠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오컬트 특유의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사라졌지만, 대중들에게 익숙한 히어로물을 보는 느낌을 준다. 이것은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 설경의 비밀>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장점은 특정 장르를 대중화시켜 향유(享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고, 단점은 그로 인해 오컬트 장르가 지니는 미적 특성이 반감되어, 초반의 호기심을 빠르게 상실하고, CG 투성이의 B급 액션의 오락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오컬트 장르가 단순히 종교적 선악의 대결이나 악마를 퇴마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영화비평가 로빈우드는 B급 오컬트 무비를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인간의 무의식과 현실 사이를 매개하는 특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바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서 ‘억압된 것의 회귀’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현실 사회에서 억압된 욕망이 왜곡되어 나타나는 장르가 바로 오컬트 무비이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 설경의 비밀>이 오컬트 장르의 미학을 잘 드러내지 못했다고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포기했다면 적어도 오락물로서의 즐거움을 달라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영화 <전우치> (2009)에서 보여줬던 강동원의 이미지를 되풀이하면서, 연출에 있어서 정교한 액션을 기대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천박사와 빌런 범천의 대결 과정에서 나타나는 치밀하지 못하고 정교하지 않은 움직임은 이것을 과연 일생일대의 복수를 실행하는 자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액션도 서스펜스(suspense)를 만드는 영화 언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