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20 am 11:20
봄과 벙어리 처녀
사람들은 봄이라고 말하지만,
봄이 찾아왔다고 말하지만,
나는 아직 봄을 모르겠어요.
내게 봄은 마치 아주 저 먼 곳, 외딴곳에서
혼자 외롭게 사는 벙어리 처녀가 부르는 노랫소리처럼
아득하고 아련하기만 한걸요.
사람들이 왔다기에, 왔구나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갔다기에, 갔구나 하는 거예요.
나는 아직 봄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나는 아직 사랑을 모르겠어요.
시작되었다고 하기에, 시작했다고 믿고
끝났다고 하기에, 끝났다고 믿는 거예요.
벙어리 처녀가 노래하다 자신의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소리쳐 부르다 터져 나오는 것이 아름다운 목소리가 아니라
거칠고 갈라져 찢어질 듯 메어질 듯,
역겨운 울부짖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때 나는 봄을 만나게 되고,
사랑도 알게 되는 거겠죠.
그렇게도 미련하고 안타까운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거겠죠.
설렘
마찰음 ‘ㅅ’으로 조심스레 시작하여
연이은 유음 ‘ㄹ’이 자아내는
잔잔한 시냇물을 타고
복잡한 모음의 협곡을 흘러
비음 ‘ㅁ’으로 맺힌 여운을 남기는
입안을 간질이는 요동처럼
마음을 간질이는
그 작지만 길고 긴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