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사람·경쟁력의 중심지 베트남 시장의 성장 가능성
지난 7월 말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이 베트남의 전자결제업체에 3억 달러(약 36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걸 두고 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오는 10월 시작하는 <폴인 시장분석 스터디 : 지금 베트남이다>의 모더레이터를 맡은 것도 바로 이 강력한 신호 때문이다.
홍 대표는 스타트업계에서 '베트남통'으로 불린다. 2015년 국내 벤처캐피털(이하 VC) 중 사실상 처음으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지난 4년 동안 두툼한 데이터도 쌓았지만, 현지 네트워크도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10곳의 현지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했고, 해외 투자 유치를 돕는 컨설팅도 하고 있다. 홍 대표는 “베트남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데 10년은 걸릴 것으로 봤지만 내 예측이 틀렸다”며 “지금이 바로 베트남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A 베트남의 페이스북 이용자가 몇 명인 줄 아십니까? 2017년 현재 4600만 명이 넘어요. 약 1억 명 가까운 인구의 절반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이 중 90%가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죠.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인터넷 환경이 나쁘지 않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페이스북을 이용할 만큼 사람들의 교육 및 소비 수준이 높다는 겁니다. 베트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A 베트남 수출 물량의 20%가량을 삼성전자가 차지할 정도 중요한 생산기지입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산업이 부흥하면 노동자가 돈을 벌고, 이들이 소비자가 됩니다. 소비 시장은 자연스럽게 열리는 것이지요.
A 전 세계의 기업과 자본은 중국 다음 시장을 찾고 있어요. 국내 기업이나 자본 입장에서 보면 인도네시아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미 글로벌 자본이 많이 진출해 있어 상대적으로 기회를 잡기 어렵습니다. 현지 기업의 기업가치가 너무 높아졌죠. 비싸다는 뜻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시장 사이즈가 작고, 미얀마나 캄보디아는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못했고요. 그런 점에서 베트남은 우리 기업, 우리 자본이 도전해볼 만한 환경입니다.
홍 대표가 베트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2014년 일이다. 한동대와 호찌민 공과대학(Ho Chi Minh City University of Technology)의 교환 교육 프로그램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연한 게 계기가 됐다. 2년간 강의하며 베트남 시장에 눈을 떴고, 현지 100여개 기업을 만나며 시장조사를 한 끝에 2015년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베트남 상거래 기업 르플레어(Le Flair)에 첫 투자를 했다.
A 투자를 검토한 기업은 600개가 넘고, 이 중 10개 기업에 직접 투자했습니다. 현재 투자가 진행 중인 곳이 8개고요. 내년까지 100곳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A 지금까지 투자는 시리즈 A 규모였다면, 앞으로는 그보다 더 초기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시드 투자는 위험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그 정도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웠지만, 이제 리스크를 질만큼 현지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사실 저는 시드 단계 투자에 뜻을 가지고 있는 VC입니다.
A 저는 닷컴 버블이 꺼진 후인 2001년 VC 업계에 발을 디뎠는데요. 다들 VC 업계를 떠날 때 그 시장에 들어온 데엔 이유가 있었어요. 투자의 본질은 주식이나 기업이 아니라 사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을 보고 투자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VC가 됐어요.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A 하드웨어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제품 가격이 내려갑니다. 기업의 영업이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국내 시장에서 정점을 찍으면 코스닥에 상장합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성장하려면 해외 진출 말고는 답이 없었어요. 이때 해외 투자를 받으면 네트워크가 생겨 해외 진출에 유리합니다. 2004년 넥스트랜스를 창업한 것도 그래서였어요. 벤처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를 돕는 일을 하려고요.
A 글로벌 자본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사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했죠. 그때 실리콘밸리에서 페이스북과 아이폰을 봤어요. 앱 서비스 하나만 제대로 만들면 글로벌 진출이 가능해지는 세계가 온 겁니다. 모바일 스타트업 쪽으로 눈길을 돌린 이유입니다. 실제로 IGA웍스, 헬로마켓, 카비, 마이쿤, 스타일쉐어 등의 글로벌 투자 유치를 도왔고요.
A 사실 국내 창업 시장엔 어느 정도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지 않고선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그렇지 않아요. 아직 사람들이 스타트업이 뭔지, 스타트업 투자가 어떤 것인지 모릅니다. 반면 한국의 VC는 쿠팡과 배달의민족이 처음 시작할 때 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죠.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보고 투자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압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기회가 있어요. VC뿐 아니라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기업에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홍 대표는 “한국에서 한 번 해봤다’는 건 경쟁력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한국과 전혀 다릅니다. 한국에서의 성공을 베트남에서 ‘
복사해서 붙여넣는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한국에서 프로덕트-마켓 핏(product-market fit)을 찾듯
베트남에서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베트남 진출을 위한 성공적인 첫 발,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이끈 전문가들은 어떤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갖고 있을까요? 자세히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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