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것이 골목마다 식당이 가득찬, 포화상태로 개점만큼 폐점도 잦다. 경쟁도 치열하다. 여기에 배달과 간편식까지 외식 시장을 점유하면서 기존 외식업체가 느끼는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쟁터 같은 외식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빨리 트렌드의 변화를 읽고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막막하다. 비즈니스 학습 여행 스타트업 '만나통신사'를 운영하는 윤승진 대표가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fol:in)과 손잡고 공부 모임 <폴인스터디 : 차이나 푸드테크, 외식 비즈니스의 미래>를 기획한 이유다.
그는 “중국의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한국에 알리기 위해 중국 외식 시장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는데 중국의 현재를 보며 많은 분이 놀라고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는다”며 “중국 현지와 국내 외식업 현장에서 변화를 이끄는 전문가들과 함께 공부하면 미래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윤 대표와의 일문일답.
A 최근의 중국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오해다. 2014년부터 4년 동안 글로벌 외식기업의 마케터로 베이징에서 근무하면서 급변하는 중국의 외식 비즈니스 환경을 체험했다. 전통 산업의 카테고리에 있던 외식 산업에 하나둘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되더니 혁신이 일어났다. 그새 중국은 핀테크가 대중화됐고 020(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에서 가장 앞선 변화를 보였다. 국내에선 최근에서야 네이버가 테이블 오더 기능을 런칭하거나 카카오가 오프라인 매장에 QR코드 결제와 챗봇 주문을 보급하고 있다. 4년 전인 2015년 중국이 딱 지금의 한국 모습이었다. 한국은 중국의 변화를 답습하고 있다.
A 변화가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에 답이 있다. 바로 편리함이다. 인간은 결국 편리함을 택하고 그렇게 발전하게 돼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각종 규제 때문에 빠르게 아니면 느리냐 속도의 문제지, 결국 지향점은 같다. 이미 많은 곳에서 중국에서 일어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A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다. 1994년 쓰촨 성의 작은 마을에서 테이블 4개로 시작한 식당이 세계적 외식기업으로 컸다. 기업 가치만 30조원에 이른다. 최고의 서비스, 로봇과 ICT가 만든 효율화, 철저한 위생 관리가 지금의 하이디라오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베이징에 오픈한 AI 스마트매장에 방문하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 주방엔 사람이 없다. 로봇 팔이 작업하는, 완벽한 무인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홀에선 땅콩 로봇이 서빙하고, 벽면엔 스크린 영상이 20분마다 바뀐다. 마치 미래 도시의 레스토랑에 와있는 듯하다. 아직 이러한 변화가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면 오산이다. 우리 고객은 언제라도 이러한 서비스와 환경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하이디라오와 같은 환경을 구현할 순 없더라도, '이런 경쟁 매장이 생겨난다면?' '이러한 서비스와 환경을 고객이 경험한다면?'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환경의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A 가장 큰 원동력은 모바일 간편 결제가 대중화된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선 2014년 결제 시스템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다양한 020 서비스가 생겨났다. 마윈이 '21세기의 석유는 데이터'라고 말했듯, 데이터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전통산업이라고 생각했던 외식, 오프라인 매장에선 핀테크의 대중화로 고객 데이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로써 고객과의 소통 방법, 관계를 만드는 방법이 달라졌다. 국내에서도 그러한 변화가 최근 시작됐다. 카카오페이를 써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쓰는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편리하다. 현재는 중국의 환경이나 기능과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변화가 시작됐다는 게 중요하다. 외식업에 젊은 인재와 자본이 유입된 것도 중국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본다.
A 사실 한국과 중국의 외식 시장을 기술적인 측면만 놓고 비교하면 한국은 정확히 4년 정도 늦었다. 4년 전에 중국 외식 시장에서 보았던 변화들이 이제야 국내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변화는 한순간인데, 중요한 건 이러한 흐름을 제대로 보는 것이다. 변화를 만들 순 없어도 알고 있어야 앞서갈 수 있다. 배달 020 플랫폼이 성장하며 내점 레스토랑 매출은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메가 트렌드다.
A 물론 외식업에 기술이 꼭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도 줄 서는 맛집은 많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잘 풀어서 브랜딩을 잘한 곳들도 많다. 거듭 말하지만 변화를 읽고 있어야 한다. 고객은 기술을 통해 편리해진 서비스를 경험할 거고, 반대로 이러한 경험이 적용돼 있지 매장을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점점 매장을 찾는 발길이 줄 수 있다. 물론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면 상관없다. 지금 외식업은 거대한 변화를 맞고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사람들이 돈을 쓰는 방식, 브랜드가 마케팅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업의 본질은 바뀌지 않겠지만, 업의 본질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기술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이런 변화를 모른다면 정체된 것이 아니라 뒤로 물러나게 될 거다.
그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곳이 현재의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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